[중국 여행]가장 오래된 중국, 산시성 山西省

입력 2015-12-16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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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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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중국, 산시성山西省
한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중국, 광활한 대지와 장대한 역사는 경이와 신비로 가득한 유산들을 수도 없이 빚어냈다. 그런 중국에서도 가장 많은 유적이 현존하는 곳, 때문에 고대 중국의 향기가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곳이 산시성이다.

이미 여러 번 다녀 온 중국이지만 산시로 향하는 길은 출발부터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장구한 세월을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였을까. 북경 공항에서 산시성의 성도 태원太原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다. 북경에서 약 1시간 30분, 늦은 밤 도착한 태원은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야경을 버스 창밖으로 비춰주고 있었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함께 뒤섞인 야릇한 밤이 지나간 자리, 이른 아침을 알리는 태양은 2,400여년 역사의 도시를 눈앞에 드러냈고 여행은 다시 아주 먼 과거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중국 고대 건축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땅 산시 여행은 3천 년 고목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 진사로부터 시작되어 긴 세월의 둘레길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당 태종을 그리워하는 진사晉祠
춘추시대기원전 770~476 진晋 왕조의 발흥지인 산시성을 약칭할 때 ‘진晋’이라는 글자를 사용한다. 때문에 산시성의 역사나 옛 지명 등을 살펴보면 진으로 이루어진 이름을 흔하게 접할 수 있는데, 산시 여행의 첫 목적지인 진사 역시 그 이름의 시작을 진으로 하고 있어 더욱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태원에 여행 온 사람이 진사를 보지 않는 것은 북경에 가서 자금성을 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얘기하는 곳. 이른 아침이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그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태원 외곽의 진사 입구에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석굴 위에 지어진 독특한 구조의 3층 건물을 지나자 기백 넘치는 이들의 동상이 눈길을 잡아끈다. 당태종 이세민과 그의 충성스러운 다섯 군신들의 청동 군상은 ‘용이 진양에서 흥하다’라는 뜻의 ‘용흥진양龍興晉陽’이라는 이름으로 위용을 과시하고 서있다. 진양, 즉 태원이 건립 된지 2,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이 동상은 이곳이 당제국의 탄생지임을, 또 당 태종 이세민이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가장 큰 성군임을 암시라도 해주는 것 같다.
가지각색의 고목들이 정원을 이뤄 더욱 깊어진 이른 가을의 정취가 발걸음을 더욱 상쾌하게 한다. 못에는 붉은 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여행객들을 반기고 저마다 긴 세월의 사연을 간직한 옛 건물들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말없이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인다. 흐릿해진 과거를 한 장의 종이 위에 담아가기 위해 누군가는 검은 먹물로 탁본을 뜨고, 3천 년 역사의 고목들이 입구를 지키고 선 굳게 닫힌 건물 앞에는 한 모녀 관광객이 창문 틈 사이로 이곳에 감춰진 역사를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진사에 있는 100여 개의 건물을 대표하는 성모전 앞은 철갑옷을 입은 송나라의 무사들이 여행객들을 사방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천 년은 묵었을 것 같은 용들은 이곳의 기둥을 휘감고 나를 향해 달려올 것만 같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긴장하거나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맨들맨들한 돌을 어루만지는 가족들, 깊은 우물 속을 관심어린 표정으로 들여다보는 아이들,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는 동물상 옆에 나란히 서서 무언가를 속삭이는 연인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사는 중국인들에게 희망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그런 곳임을.

BOX TIP.
북위 386년에 지어진 진사는 태원에서 서남쪽으로 약 25㎞ 떨어진, 진원晋源의 현옹산悬瓮山에 위치하고 있다. 주나라 무왕의 둘째 아들이자 진 나라의 시조가 된 당숙우唐叔虞를 기리기 위한 사당으로 송·원·명·청 등의 다양한 왕조들의 건축물과 조각상 등이 남아있다. 당숙우의 어머니인 읍강邑姜을 기리기 위한 성모전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내부에 있는 43개의 채색 조각상으로 유명하다.

청나라 최고의 부잣집, 교가대원喬家大院
눈앞에 중국의 사극에서 봤음직한 예스럽고 또 고색창연한 풍경이 펼쳐졌다. 초록과 노랑의 너른 벌판 뒤로 우뚝 솟은 키 큰 누각은 가난한 시골 선비의 낡은 두루마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 옆에서부터 길게 광장을 가로막고 서 있는 높은 담장은 성벽만큼이나 견고하면서 높아 어느 거부의 값비싼 비단옷을 연상시킨다. 교가대원의 입구는 이렇게 대조적인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네 옛 읍성마을 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촌락도 마을도 아닌 단지 하나의 집일뿐. 중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청나라 최고의 장사꾼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감하며 안식을 맛보던 그의 ‘집’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마당이 아닌, 길이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진다. 우리말로 ‘큰 뜨락’이라는 의미를 품은 대원의 풍모가 이 길을 따라 보란 듯이 펼쳐지는 것. 그 길은 참 많은 풍경을 추억하며 우리에게 그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기억하는 크고 작은 방들. 곳곳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정원과 연못들. 과거의 영화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안을 거닐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 위로 놀라움과 행복의 기운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궁궐이라 해도 믿을만한 거대한 집, 그 속에는 한 거부의 가장 인간적인 삶의 시간이 남아있으며,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온 집안을 맴돌고 있음은 오늘 우리들의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겠지.

BOX TIP.
명·청 시대 산시성 출신의 대부호들을 진상晉商이라 불렀다. ‘세상에 참새가 날아가는 곳이면 진상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부를 축적했던 산시성의 거상들. 그들이 평생 쌓았던 부의 규모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교가대원이다. 청대의 두부 장수로 성공한 진상 중 최고의 인물로 꼽히는 교치용乔致庸의 저택인 교가대원은 산시성을 대표하는 3대 대저택 중 하나이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이모 감독, 공리 주연의 영화 ‘홍등’의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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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중국의 영화로운 날들, 평요고성平遙古城
교가대원이 단지 누군가의 저택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은 평요고성에 다다른 후였다. 훨씬 더 높고 웅장한 성벽을 올려다보며 저택과 마을의 차이를 새삼 깨닫고 있을 때, 광장 앞에 나타난 옛 마을 주민들이 화려한 환영 인사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들의 인사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 같아 보였고, 성문 앞에서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적인 명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발견했다. 고성 안에 들어서자 2,500여 년 이곳을 지켜온 고즈넉한 향기가 가장 먼저 코끝에 닿는다.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에 들어온 것 같은 고풍스러운 거리는 상인과 여행객들의 활기로 북적이고 갖가지 진귀한 볼거리들이 끊임없이 시선을 유혹했다. 성벽, 고건축물, 사원, 시가지, 문화 등 모든 것이 중국에서도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평요고성의 모습은 그저 걸으며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풍경. 이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아 높은 곳으로 오른다.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가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평요고성의 모습은 골목골목을 가득 메운 기와와 벽돌의 미학으로 점철되어 나타났다. 불과 몇 센티쯤이나 될까? 너무나도 촘촘하게 붙어있는 건물들의 회색빛 기와와 벽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순함을 서로간의 불규칙한 조화를 통해 화려함으로 승화시킨 모습. 그 속에 뒤섞인 붉은 홍등과 황금색 깃발의 물결은 이곳이 중국의 오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또렷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만 같다. 마치 어느 영화映畵 속 옛 중국의 영화榮華롭던 날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기분. 이곳이 아니면 다시 누릴 수 없을 것 같아 오래된 객잔에서 하룻밤 묵어간다.

BOX TIP.
태원에서 남쪽으로 약 90km 정도 떨어진 도시 평요는 청나라 최고의 부자 진상들의 근거지였다. 때문에 평요고성에는 중국 최초의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승창日昇昌이 남아있다. 평야고성은 그 역사가 2,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벽돌이 보급되기 시작한 14세기부터이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약 300여 개의 유적이 지금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절벽 위에 심어놓은 믿음, 현공사悬空寺
깊은 산 속에 들어왔음이 느껴지더니 기괴한 모양의 황토 절벽들이 커다란 병풍을 두르고 있는 곳에 버스는 멈춰 섰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검은 하늘이 거대한 절벽들을 만나 조금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일까.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곳이 아님을 알리는 낯설고 오묘한 기운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절벽 위를 하나하나 살핀다. 그곳에 이 깊은 산속까지 우리를 안내한 현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한 지점에서 시선을 멈추고 작은 탄성을 자아낸다. 그 모습은 차마 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특별함이자 기묘함이다. 인간이 창조한 신의 영역. 그 앞으로, 또 그 속으로 걸음을 뗀다. 마치 몸이 어느 곳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벼랑에 대롱대롱 매달린 현공사 경내를 걷고 있으니 긴장감이 잦아들지 않는다. 가느다란 계단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50미터 낭떠러지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없어 보이는 기둥 몇 개가 절벽 위의 건물을 지탱하는 모습 역시 위태롭기 그지없고, 잠시 시선을 돌리면 텅 빈 하늘만이 눈을 마주칠 뿐이다. 때문일까. 절벽 아래에 펼쳐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그곳에 있을 때는 몰랐던 아름다움이 절벽 위에서 아련하게 찾아든다. 오래도록 가슴 속에 품고 싶은 기분 좋은 감사함이 뜨겁게 차오른다. 왠지 현공사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를 본 것만 같다. 1,500여 년의 세월, 세상의 모든 풍파를 견디며 지탱해 온 그 삶을 배우며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을 뿐이다.

BOX TIP.
중국 5악岳 중 하나인 항산에 현공사가 있다. 지리적으로는 산시성 북부 대동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유일하게 불교, 도교, 유교를 함께 모시는 삼교전이 있어 독특함을 자랑한다. 3층 규모의 목조건물이 4동으로 연결된 이 사찰을 절벽 위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가느다란 나무 기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일 뿐, 실제로는 절벽에 구멍을 파고 설치한 대들보가 이 건물들을 교묘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한다.

산시성을 대표하는 불교유적

운강석굴雲岡石窟
산서성 북부의 대동시에서 서쪽으로 16km 정도 떨어진 무주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운강석굴은 기원전 453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석굴은 산을 파서 만들어졌고 동서로 1km 가량이나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주요 동굴 45개, 크고 작은 동굴감실 252개, 석조조상이 약 51,000여 구가 있다.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운강석굴은 감숙의 돈항막고굴, 하남의 용문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의 하나로 일컬어지며, 중국 고대 조각예술의 진귀한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

오태산五臺山
중국 4대 불교 명산의 하나로 중국 불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해발 3천 미터에 이르는 주봉을 포함해 5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어 오태산이라 불리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현통사显通寺, 라마교 사원 보살정菩萨顶, 오대산의 백미 남산사南山寺 등 모두 47개소의 절이 현존하고 있다. 오대산 불교가 절정을 이뤘던 당나라 시대에는 무려 360여 개의 절이 세워졌을 정도로 번성했던 이곳은 전통 불교와 티베트 불교가 같이 혼재하는 유일한 지역 중의 하나이다. 2007년 5A급 국가 명승지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응현목탑應縣木塔
지상에 현존하는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된 목탑으로 정식명칭은 불궁사석가탑佛宮寺釋迦塔이다. 높이가 무려 67.31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목탑은 1056년에 창건되어 약 1,000년 가까운 세월을 한자리에서 지내왔다. 이 탑은 못이나 정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지어졌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아무런 손상 없이 여러 번의 강진 등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한다. 고대 목조건축의 기적이라고 까지 불리는 이 탑에는 석가모니의 치아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며,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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