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생성형 AI의 한국사·영토 왜곡 심각…반크,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입력 2024-06-27 14: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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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독도는 독도/다케시마”.
해외 유명 생성형 AI가 일본과 중국이 왜곡해 알리는 한국 역사 확산 통로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전 세계 사람들이 생성형 AI(챗GPT, 코파일럿)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게 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디지털 영토 주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6월 10일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전 세계 애플 제품 사용자가 챗GPT의 기능을 활용하게 되면 생성형 AI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 사용자가 폭증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주권 확보, 특히 데이터 주권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공지능을 역사 패권주의로 이용하는, 즉 데이터를 무기로 세계인들의 역사 인식과 행동에 영향력을 끼치는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한국의 영토, 역사, 문화 주권이 위협당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100년 전 제국주의 시대처럼 무기를 들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데이터 정보망으로 사람들의 역사, 영토, 문화에 대한 생각을 조종하고, 그것을 신뢰하게 만드는 인공지능 패권주의 시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를 통해 한국의 동쪽 바다 이름을 물으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응답하고 있다. 독도에 관한 내용도 한국에서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정보가 아닌 해외 사이트에 소개된 정보를 통해 응답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인 코파일럿에 한국의 영토인 독도에 관해 물어보면, 독도는 리앙쿠르 록스이며 한국에서는 독도,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려지고, 일본해 위에 위치해 있다며 왜곡해 소개하고 있다.

반크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한국어로 된 자료가 아니라 영문 자료를 통해 학습하고 있으며, 영문으로 학습한 자료는 일본 정부가 전 세계에 홍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한국과 관련한 왜곡된 정보를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대표 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을 통한 한국 역사 영토 왜곡이다. 
만리장성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중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만리장성을 등재시켰을 당시 만리장성은 약 6352㎞였지만, 중국은 해마다 만리장성의 길이를 늘리고 있다. 2009년에는 8851.8㎞로 늘렸고, 2012년에는 2만 1196.8㎞, 2020년에는 북한의 평양까지 쌓았던 것으로 그 길이를 늘려 주장하고 있다.

앞서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2~2007년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동북공정 사업을 실시했다. 
2000년대 중반 만리장성 길이를 6000㎞로 발표했지만, 동북공정 이후인 2009년 8851㎞로, 2012년엔 고구려와 발해가 쌓은 성까지 포함한 2만1196.18㎞로 늘리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심지어 중국은 압록강 인근의 고구려 성인 ‘박작성(泊灼城)’의 흔적을 없앤 뒤 그 자리에 후산산성(虎山山城)을 쌓고, 이를 만리장성이라 우기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을 통해 한반도 평양까지 중국 영토로 소개된 정보, 지도가 전 세계 교과서에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해외의 ‘세계 역사’ 40권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36권이 왜곡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권 중 29권이 신의주와 압록강까지 만리장성을 그려 넣었으며,  7권은 북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까지 그렸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베이징(北京) 인근의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으로 정확히 그린 것은 4권에 불과했다. 반크가 분석한 교과서의 출판사는 ▷돌링 킨더슬리(DK) ▷글렌코 ▷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맥두걸 리틀 ▷옥스퍼드 ▷피어슨 롱맨 ▷프렌티스홀 등이었다.

중국의 만리장성 역사 왜곡은 이제 생성형 AI로 이어지고 있다. 
반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인공지능인 코파일럿에 만리장성의 길이를 물어본 결과
만리장성 길이를 2만 1196.18㎞로 왜곡된 정보를 소개하고 있었다.

반크는 디지털 영역에서 영토 주권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인공지능의 원천 정보가 되는 전 세계 웹사이트, 교과서에 한국의 올바른 영토, 역사, 문화 정보를 확산시켜 디지털 영토 주권을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6월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개최되는 2024년 대한지리학회 연례학술대회에 참석해 특별 세션인 ‘디지털 영토 CHAT GPT 환경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영토 R&D 전략’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영토의 위협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전 세계 교과서, 백과사전, 웹사이트에 한국 역사에 대한 왜곡된 내용이 이제 생성형 AI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만리장성 왜곡을 시정하지 않으면 세계인들은 만리장성이 한반도 평양까지 있었고,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며, 일본의 독도 왜곡을 시정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의 인식상 독도 주권이 위협받게 될것입니다”라며 생성형 AI의 한국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감을 표현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한국의 역사와 영토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반크는 만리장성 확장을 추진하는 중국의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알리고 고발하는 디지털 포스터를 제작해 소셜미디어(SNS)에서 배포하는 동시에 글로벌 청원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통한 역사 왜곡 실태를 알리기 위한 영문 사이트 ‘만리장성의 역설’을 개설해 홍보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원래 6000km였던 만리장성을 2만1196.18km까지 늘이고, 심지어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뻗어있었다고 강변하는 중국의 억지 주장 실태를 전 세계에 고발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반크는 과거 세계사 교과서, 백과사전, 박물관, 미술관에 소개된 한국 역사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밀려 대응이 힘들었지만, 이제 한국은 정보통신 대국으로서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중국과 일본에 앞서 선제적인 한국홍보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한 반크는 정부, 국회, 학계, 기업, 민간이 협력해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한 국가 홍보 전략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활동해 줄 것을 제안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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