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긴 부진의 늪에 빠졌던 김하늘(오른쪽)이 25일 열린 KLPGA 투어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함께 마음고생을 하며 힘들어 한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제공|KLPGA
2년연속 상금왕서 상금랭킹 49위로 추락
‘김하늘처럼 될라’ 수근거림에 혼자 눈물
혹독한 맘 고생 끝 ‘23언더 최소타’ 우승
김하늘 “프로 후 이렇게 힘든적 없었다”
“김하늘처럼만 되자.”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김하늘(25·KT)은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부러운 존재였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선수가 부럽지 않았다. 성적이 좋아지면서 거액을 제안하는 스폰서도 달라붙었다. 무엇하나 부족할 게 없었다. 2013년 기대가 컸다. 3년 연속 상금왕이 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지난겨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혹독한 동계훈련을 했다. 2개월 동안 퍼팅 연습에 몰두했다. 작년 시즌 퍼팅에서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하늘은 “퍼팅 도사가 다 돼서 돌아왔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시즌 개막과 함께 뜻하지 않은 결과가 기다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드라이브 샷이 말썽을 부렸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실망감은 더 컸다.
기본기가 좋고 실력이 탄탄한 김하늘이었기에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의 병까지 더해지면서 추락은 더 깊은 곳으로 이어졌다. 안 해본 일이 없다. 심리 치료도 받아보고 스윙코치와 함께 혹독한 훈련도 했다. 그러나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김하늘처럼만 되자”라며 부러워했던 이들은 “혹시 우리 딸도 김하늘처럼 되는 거 아냐”라며 수군댔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날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를 보는 가족의 마음은 타 들어갔다. 김하늘의 아버지 김종현 씨는 “힘들어하는 딸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집에 와 혼자 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부모가 돼 그런 딸의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침내 답을 찾았다.
“집에 있던 드라이버를 모두 들고 연습장으로 갔다. 하나씩 다 쳐보면서 어떤 게 가장 잘 맞는 지 찾아봤다.”
지난해 가을 사용했던 드라이버가 손에 딱 맞았다. 가까운 곳에 답이 있었음에도 그 길을 찾는데 4개월이나 걸렸다.
김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위치로 돌아왔다. 하반기 첫 대회에서 공동 11위로 스타트를 끊은 뒤 두 번째 대회에서 최소타 우승이라는 새 기록까지 덤으로 얻었다. 다시 모두가 부러워하는 여왕이 됐다.
김하늘은 “지긋지긋했던 시간이 끝났다. 걱정하고 마음고생을 했던 게 모두 사라졌다. 프로가 된 이후 이렇게 힘들었던 시기는 처음 이었다”라며 활짝 웃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