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가 롯데와 맺은 ‘75억원+α’의 FA 계약은 훈장이자 족쇄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강민호와 롯데 모두 또 다른 형태의 부담감과 난제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스포츠동아DB
FA 역대 최고액 ‘75억원+α’ 팀과 자신에도 영향
롯데와 강민호(28)의 ‘75억원+α’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어떤 파장을 낳을까. 역대 최고액은 훈장이자 족쇄일 수 있다. 특정선수가 고액연봉을 받게 되면 팀 케미스트리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상식이다. 강민호는 1차적으로 야구를 잘 해야겠지만 이런 외부환경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 강민호는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최고액 FA가 짊어질 무게감은 숙명에 가깝다. 어쩌면 강민호의 진짜 적은 상대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담감일지 모른다. 실제 고액연봉의 부담감에 짓눌려 스스로 무너지는 FA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강민호의 성격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강민호는 낙천적이고, 단순하고, 명쾌한 성품을 갖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은 빨리 털어버릴 줄 알고, 화술도 좋다. 어지간한 악재에는 동요하지 않는 멘탈의 소유자다. 이제부터 강민호에게는 야구와 팬서비스에서뿐 아니라 라커룸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미 롯데의 분위기메이커였던 강민호는 이제 연봉만큼 더 올라간 위상에 걸맞게 처신해야 한다. 강민호가 FA 계약 직후 ‘절실함’을 유독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이제 롯데의 얼굴로서 자기만 야구를 잘 해선 안 된다. 팀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겠다는 솔선수범의 의지도 수반돼야 한다.
● 롯데가 떠안을 난제는?
롯데는 ‘짠돌이 구단’ 이미지를 한방에 날리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아직도 강영식 등 미계약 FA와의 협상 및 연봉협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롯데가 강민호 외에 통 큰 베팅을 해줄 수 있는 케이스는 현실적으로 손아섭 정도다. 롯데는 강민호, 손아섭 등 상징적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올려줘 신상필벌의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는 협상 패턴을 구사할 개연성이 높다. 5위로 떨어진 팀 성적도 대폭인상을 어렵게 할 상황을 뒷받침한다. 사실 지난해 롯데는 고원준을 제외하면 연봉을 삭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전체 선수들에 대해 구단안대로 연봉협상을 관철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강민호의 대박 계약은 그 같은 기류를 가속화할 촉매나 다름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