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제공|KLPGA
美LPGA 태극낭자 군단 숙원 마침내 결실
2009년엔 신지애 1점차로 오초아에 내줘
이제 한국인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 겨냥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한국 골프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인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됐다.
한국선수는 그동안 미 LPGA 투어에서 8차례 신인상(박세리, 김미현, 유소연 등), 4차례 베어트로피(박지은,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를 수상했지만 유독 올해의 선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2009년이다. 신지애는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신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올해의 선수 경합을 벌였다. 아쉽게도 1점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올해의 선수를 놓쳤다. 신지애는 시즌 최종전에서 8위에 그쳐 2위에 오른 오초아에게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오초아가 160점, 신지애는 159점을 받았다.
박인비는 두 번째 도전에서 꿈을 이뤘다. 지난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221점)에 이어 2위(168점)에 머물렀던 박인비는 올해 메이저 3승 포함 6승, 10차례 톱10 진입을 기록하며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박인비는 한국인 첫 ‘올해의 선수’를 차지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그동안 LPGA 투어에서 훌륭한 한국선수들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가 없었다.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더욱 욕심났다. 후배들에게도 동기부여가 생길 수 있을 것 같고, 한국 골프사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상처 없는 영광은 없었다. 쉽게 올해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어렵게 찾아왔다. 박인비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쉽게 얻는 건 없는 것 같다”라고 시즌을 돌아봤다.
박인비는 7월 US여자오픈에서 시즌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갑작스런 부진에 빠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추격을 받았다. 페테르센은 US여자오픈 컷 탈락 이후 8개 대회에서 3승, 연속 톱10 진입을 이루며 박인비를 몰아세웠다.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올해 놓친 그랜드 슬램(한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4회 이상 우승하는 기록)을 대신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시즌에 상관없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기록)이다. 이 역시 한국인으로 아무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내년 열리는 메이저 대회 중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박인비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작년에 너무 잘했기에 올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가 있었다. ‘한계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한계를 넘어 점점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도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