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gozo)한 브라질] 일본 “숙소에 ‘자쿠지’ 설치 해달라”

입력 2014-06-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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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깐한 출전국들의 이색 주문들

알제리, 숙소 모든 방에 ‘코란’ 비치 주문
포르투갈, 호날두 전담경호원 4명 요청
자국 방송채널·와이파이 등 주문도 쇄도

세계에서 공 좀 찬다는 선수들이 다 모이는 무대가 월드컵이다. 최고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의 환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 터.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 선수들이 속속 결전을 위해 준비된 숙소로 입성하고 있다. 브라질 대중지 ‘란세’는 참가국 중 13개국이 대회조직위원회에 특별 주문한 물품이 무엇인지를 공개했다. 이 목록만 살펴봐도 그 나라의 문화와 지향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 내 나라처럼 편하게 해주오!

전통적으로 목욕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숙소에 자쿠지(물에서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 설치를 주문했다. 거품 목욕이 가능한 ‘분류식’이라고 구체적 설비까지 명시했다. 멋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샤워실에 액체비누를 비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체비누는 절대 안 된다는 것. 에콰도르는 지원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전원의 방에 매일 자국산 바나나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또 브라질 도착 첫 날에는 에콰도르 전통식 바비큐 요리를 주문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선수 2인당 1개씩의 커피머신을 부탁했다. 월드컵 기간에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지 전 세계의 영자신문 배달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회조직위는 이슬람권 선수들을 위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할랄)를 준비했다. 이에 더해 알제리는 숙소의 모든 방에 이슬람 경전 코란을 두게 했다.


● 잘 쉬자!vs잘 훈련하자!

우루과이는 선수단 방에 설치된 에어컨을 모두 무음으로 해달라는 독특한 요구를 했다. 또 숙소 옆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훈련할 때 외부에서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보호장벽 설치를 주문했다. 포르투갈은 숙소에 상시 배치되는 6명의 경호원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 가운데 4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위한 전담경호원이다. 칠레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특수침대’를 숙소에 들여놓으라고 했다.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통신, 오락에 대한 요구조건도 다양하다. 스위스는 초고속 인터넷과 자국 방송국 채널을 원했다. 칠레도 자국 미디어를 볼 수 있는 방을 2개 이상 설치하도록 요청했다. 특히 선수방의 TV는 평면TV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어권인 것을 고려해 온두라스는 스페인어가 나오는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요구했고, 인터넷 와이파이를 상시 사용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코스타리카는 아예 대형 게임기를 설치하도록 시켰다.

반면 콜롬비아와 이란은 숙소에서도 훈련에 만전을 기했다. 콜롬비아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21세 이하 선수 15명을 훈련 파트너로 삼는다. 이란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직접 나서서 현지 클럽 코린티안스 등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포르투갈대표팀 감독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일언어권인 브라질의 인맥을 활용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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