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선수로 첫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유도대표팀 황희태 트레이너가 금메달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 코치가 21일 여자유도 -63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다운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유도 -63kg급의 정다운(25·양주시청)은 제한시간 4분을 넘기고, 골든스코어(연장)까지 가는 사력의 결승 끝에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첫 금메달을 따냈다. 그 직후 정다운은 본능적으로 황희태 트레이너(36)에게 달려가 펄쩍 뛰어올랐다.
트레이너가 결승전 때, 감독석에 앉아 지시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그러나 황 코치는 직함만 트레이너일 뿐 실제 업무는 지도자다. 여자대표팀은 서정복 감독 밑에 김미정, 이원희 두 코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선수의 체급에 따라 기술, 웨이트 훈련법에서 맞춤형 지도를 해주려면 코치가 많을수록 좋다. 이에 서 감독은 황 코치를 트레이너 신분으로 대표팀에 넣은 것이다.
황 코치는 아직 현역선수 신분이다. 지난해 12월 제주 코리아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으나 국내경기는 뛰고 있다. 덕분에 현역선수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다만 언젠간 지도자 수업을 받고 싶었는데 마침 대표팀 서 감독에게 권유가 왔다. 서 감독은 “정다운이 체력이 약하니 웨이트 훈련을 전문적으로 시켜 달라”는 당부를 했다.
첫 지도자 수업이 국가대표, 그것도 여자선수들이라 쉽지만은 않을 법한데 3개월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황 코치는 “선수를 존중하고, 싫증나지 않도록 훈련 메뉴를 짰는데 (정)다운이가 힘든 훈련을 잘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유도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정경미(29·하이원)도 황 코치의 지도가 큰 힘이 됐다.
선수로서 황 코치는 2006도하아시안게임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 2연패는 정훈 전 남자대표팀 감독과 김재범 그리고 황 코치까지 셋뿐이다. 특히 황 코치는 중량급에서 얻은 성과라 더 의미 깊다.
황 코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마에 피가 흐르는데도 붕대를 감고 끝까지 싸우는 투혼을 보여줬다. 황 코치는 “신세대 선수들도 나 정도의 근성은 지니고 있다. 이제 여자대표팀이 긴 암흑기를 뚫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6리우올림픽까지 잘 키워보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