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웅(가운데)이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국내 선수 역대 3위인 51점·3점슛 14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CC

KCC 허웅(가운데)이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국내 선수 역대 3위인 51점·3점슛 14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CC



[잠실=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제발 뛰게 해주세요. 농구 역사에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요.”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부산 KCC-서울 SK의 5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는 팬들의 환호가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KCC 허웅(33·185㎝)이 전반에만 10개의 3점슛을 포함해 34점을 올려 분위기가 고조됐다.

허웅은 3쿼터 2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KCC도 88-57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4쿼터에 돌입했다. 크게 무리할 이유는 없었지만,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를 쉽게 놓칠 수도 없었다. 허웅은 4쿼터 3분여만에 3점슛 2개를 더해 개인 최다득점(종전 39점)과 3점슛(종전 10개) 기록을 넘어섰다.

이상민 KCC 감독은 경기 종료 6분38초를 남기고 허웅을 교체했다. 102-64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허웅을 무리하게 투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허웅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기회 없습니다. 제발 뛰게 해주세요. 농구 역사에 기록이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허웅은 경기 종료 4분38초를 남기고 다시 코트를 밟았다. 이 감독은 “다치지 말고 5점만 더 넣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기록 달성은 쉽지 않았다. SK 에디 다니엘이 허웅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밀착수비를 펼친 까닭이다. 허웅은 “다니엘이 정말 힘이 세더라”고 돌아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한번 불이 붙은 허웅의 득점포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110-72로 앞선 경기 종료 2분51초를 남기고 다니엘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적중했다. 이 반칙으로 다니엘이 5반칙 퇴장당했다.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대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은 2004년 3월 7일 울산 현대모비스-인천 전자랜드전에서 나온 우지원(현대모비스)의 70점이다. 그 다음은 같은날 문경은(전자랜드)이 기록한 66점. 이후 50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선형(수원 KT)이 SK 시절인 2019년 1월 기록했던 49점이 최다였다. 허웅에게는 3점이 필요했다.

허웅은 약 46초가 지난 뒤 사이드에서 3점슛을 적중했고,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까지 성공했다. 공식적으로는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득점, 3점슛 역대 3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우지원, 문경은의 기록은 3점슛 타이틀 경쟁을 위해 상대 팀이 수비를 하지 않았던 터라 논란이 컸다. 허웅은 상대 집중견제를 뚫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허웅은 기록 달성의 기쁨보다 팀의 승리에 더 기뻐했다. “연패 이후 연승이라 기쁘다. 이렇게 좋은 상황이 항상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운을 뗐다.

전희철 SK 감독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전 감독님께는 죄송했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데, 기록을 위해 코트에 나서는 게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 감독은 경기 후 허웅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동생(허훈)뿐만 아니라 코트에서 함께한 선수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최형길) 단장님까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도 팀을 위해 더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KCC 허웅(가운데)이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국내 선수 역대 3위인 51점·3점슛 14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CC

KCC 허웅(가운데)이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국내 선수 역대 3위인 51점·3점슛 14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CC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