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트윈스 대 NC다이노스 경기 6회초 1사 NC 이호준이 역전 우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하며 이영재 심판에게 배트를 건네 받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NC 이호준(38)은 팀 최고참이자 주장이다. 그는 마산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1~2차전을 모두 내준 뒤 24일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벼랑 끝 3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장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이호준, 자신이었다. 선수들 앞에서는 “잘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뒤에서 “내가 겉으로 웃으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뒷골이 그렇게 당긴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도 이호준은 흔들릴 수 없는 위치다. NC 김광림 타격코치도 “우리 타선에서는 (이)호준이가 쳐줘야한다”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면 벤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경기가 안 풀릴 때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호준은 1차전 9회 쏘아올린 홈런포 이외에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도 “이전 2경기에서는 이상하게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영웅이 되거나, 역적이 되거나 일단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 스스로 소극적이 된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호준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3차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0으로 앞선 1회 2사 2루서 좌익선상을 빠져나가는 1타점짜리 적시 2루타를 때려내더니, 2-2로 맞선 6회 1사 후 상대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을 상대로 시속 143km짜리 직구를 통타해 결승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NC 타자들은 베테랑의 선전에 힘을 냈다. 8회 2사 3루 찬스에서 김태군이 또 한 점 달아나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4-3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호준은 경기 전 “1차전보다 2차전 경기내용이 좋았다. 이제 첫 승만 올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1승을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NC 김경문 감독은 “오늘 승리는 선수단을 잘 추스른 주장 (이)호준이의 역할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이호준은 경기 후 “홈런 치는 순간 세리머니를 할 정신도 없었다. 타구가 넘어갈 때까지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해서 햄스트링이 올라올 정도였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고는 “마지막 삼진(NC 김진성이 9회 2사 1·2루서 LG 정의윤 삼진)을 잡을 때 덕아웃이 한국시리즈 우승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8연패 후 첫 승한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도 눈물은 안 났는데 오늘은 좀 울컥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4차전도 선수들이 오늘과 같은 기분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즐겁게도 좋지만 진지하게 야구를 하자’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억지로 웃으려는 게 있었는데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 웃음은 자제하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자고 했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그는 “야구는 이겨야 즐거운 거지, 지면 즐겁지 않다”며 “4차전도 더욱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면 결과에 만족할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