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문호. 스포츠동아DB
6일 1군 합류 이후 2번 좌익수 전격 투입
17일 3안타 추가해 타율 0.513 불방망이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던 선수가 핵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모두가 놀랄 만한 5할대 불방망이로 거인 타선을 이끌어가고 있다.
롯데 김문호(29·사진)는 17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원정경기에서 2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3안타와 함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전날까지 0.485를 기록 중이던 타율을 0.513(37타수 19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전날까지 규정타석(팀경기수× 3.1)에 미달된 채 타격순위표 장외에 머물던 그는 이날 규정타석에 진입하면서 단숨에 타격 2위로 뛰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두산 오재일도 규정타석에 진입하며 0.516(31타수 16안타)으로 타격 1위에 올라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놀라운 타격감이다.
김문호는 덕수고 시절 ‘천재타자’로 각광받으며 청소년대표를 지냈지만, 2006년 롯데 입단 후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다. 잔부상이 많았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93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0.306(288타수 88안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7월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또 다시 잔부상에 시달리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는 올 시즌 개막 때까지만 해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주전 중견수로 이우민이 우선권을 잡으면서 짐 아두치가 좌익수로 이동했다. 여기에 또 다른 좌익수로 일발장타력이 있는 박헌도까지 들어가면서 김문호는 1일 개막전 엔트리에서 빠졌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기회가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6일 1군에 호출된 그는 사직 SK전에 2번 좌익수로 투입되자마자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계속 출장 기회를 보장받으며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면서 롯데의 숙제였던 주전 좌익수 자리를 해결하고 있다.
롯데 타선은 이날까지 3할대 팀타율(0.301)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김문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좋아할 건 없다”면서도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그때 감이 안 좋았고, 감독님이 편하게 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2군에 갔던 게 도움이 됐다. 그 전에는 타격 시 몸이 앞으로 쏠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공도 잘 보이고 타격감이 좋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원우 감독은 “타석에서 여유가 있고 좋은 볼카운트에서 공격을 잘 하고 있다. 나쁜 볼에 방망이가 잘 나가지 않는다”며 흡족해 했다.
마산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