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김상현의 야구인생 그리고 사라진 신화

입력 2016-07-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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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에 대해 kt 구단은 13일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이는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스포츠동아DB

김상현에 대해 kt 구단은 13일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이는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스포츠동아DB

kt 구단이 13일 임의탈퇴를 결정한 김상현(36)은 1년간 선수생활이 중단됐다. 나이 때문에 재기여부도 불투명해졌다.

KBO리그에서 임의탈퇴는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이다. 임의탈퇴가 되면 해당일로부터 1년간 KBO리그 뿐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와 협정을 맺은 메이저리그, 일본, 대만을 포함해 어떤 리그에서도 뛸 수 없다. 연봉 지급도 중단되며 복귀 때는 KBO 총재의 승인이 필요하다. 해외리그 진출이나 은퇴 선수의 타 팀 입단을 막는 안전장치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음주, 폭행 등 범죄행위나 프로야구선수로 품의를 지키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임의탈퇴 처분을 받는다.

1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나

12일 경기 시작 직전, 김상현이 지난달 16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목격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4일 불구속 입건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김상현은 kt 위즈파크 넥센전에 정상 출전한 상태였다. 이날 오후 5시경 kt 김진훈 단장은 김상현이 관련 사실을 털어놓으며 사건을 알게 됐지만 사실 파악을 하다가 조범현 감독 등 현장 코칭스태프에게 통보를 하지 못했다. kt 코칭스태프는 뒤늦게 이를 전해 들었고 경기 4회에 교체했다.

사건을 파악했지만 현장에 곧장 알리지 않은 단장

13일 kt 김진훈 단장은 “수차례 교육을 했지만 김상현 선수가 사건 발생 직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본인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반성문까지 제출해 종결될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생각해 코칭스태프에 경기 시작 전까지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김상현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퓨처스리그 팀 소속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김상현의 재기를 도왔던 조범현 감독은 “참담한 마음이다.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큰 책임을 느낀다. 선수들과 함께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앞으로는 야구이야기를 취재진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조 감독은 김상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 그리고 앞으로 실천하고 싶은 여러 가지 약속을 직접 손편지로 쓰라고 지시했다. 조 감독은 유독 김상현을 엄하게 대했다. 그 이유는 사석에서 자주 김상현에 대해 말했던 “마흔 살 넘어서까지 야구할 수 있는 친구다. 꼭 그렇게 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속내가 담겨져 있었다.

2군 홈런왕에서 1군 홈런왕 그리고 임의탈퇴까지

김상현은 한 때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2001년 KIA 입단 후 2002년 LG로 이적해 길고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2군의 배리 본즈’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좀처럼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09년 시즌 초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후 “실책을 하건 삼진을 당하건 병살을 치건 한 마디도 하지 마라”는 당시 조범현 감독의 지시 속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홈런 36개, 127타점으로 시즌 MVP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김상현은 “지금도 2군에서 땀 흘리고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이후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 2015시즌 kt에서 다시 조범현 감독, 그리고 황병일 수석 코치를 만나 홈런 27개를 날리며 부활했다.

김상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17억원의 FA계약을 맺었다. ‘신체적 능력은 20대 선수와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스스로 “이제 FA계약을 했기 때문에 개인 기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홈런과 타점도 숫자가 아닌 팀에 꼭 필요한 순간 기록하며 많은 승리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스스로의 잘못으로 다짐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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