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규민, SSG 노경은, LG 김진성(왼쪽부터)이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으로 후배 투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T 우규민, SSG 노경은, LG 김진성(왼쪽부터)이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으로 후배 투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보면 볼수록 대단하게 느껴진다.”

최근 KBO리그에는 나이를 잊은 베테랑 타자가 많다. 리그 최고령 타자 최형우(42·삼성)를 필두로 김현수(37·KT 위즈), 전준우(39·롯데 자이언츠), 양의지(38·두산 베어스)가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이들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반면 이들만큼 평가되는 베테랑 투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경은(41·SSG 랜더스), 우규민(40·KT), 김진성(40·LG 트윈스)의 꾸준한 활약은 후배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의 기량은 20대를 방불케 한다. 올 시즌 홀드 부문에선 노경은, 김진성이 1위를 다퉜다. 노경은은 35홀드로 1위, 김진성은 33홀드로 이로운(21·SSG 랜더스)과 공동 2위에 올랐다. 노경은은 “(김)진성이에게 ‘(이)로운이부터 꺾고 오라’는 농담도 건넸지만 둘이 선두를 다툴 때 야구의 재미를 다시 느끼기도 했다”도 돌아봤다. 김진성은 “내가 홀드 1위일 때 (노)경은이 형이 ‘네가 1위를 지켜 경쟁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한 적 있다. 반대로 난 형을 바라보며 뛰었다”고 밝혔다.

우규민은 안정적인 투구 내용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는 올 시즌 53경기에 구원등판해 1승2패9홀드, 평균자책점(ERA) 2.44, 이닝당출루허용(WHIP) 1.08로 활약했다. 우규민의 활약은 20대 투수 위주로 구성된 KT 필승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셋업맨 손동현(24)은 “(우)규민 선배를 보며 많은 걸 배운다. 선배와 노경은, 김진성 선배처럼 꾸준히 활약하는 선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을 우상으로 삼는 선수도 늘고 있다. 지난달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이용찬(36), 이태양(35)도 이들의 이름을 먼저 떠올렸다. NC 다이노스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이용찬은 “형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낀다. 본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태양은 한화 이글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뒤 “SSG에서 뛸 때 경은이 형의 조언을 정말 많이 받았다. 형처럼 좋은 본보기가 되는 형들이 많다. 나도 KIA에서 형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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