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부”…강원, 최후에 웃었다

입력 2016-1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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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선수단이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겨 클래식(1부리그) 복귀에 성공한 뒤 모자를 벗어 높이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성남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루이스 절묘한 연계플레이·한석종 선제골
원정 다득점 우선…4년만에 클래식 복귀
최윤겸 감독 “큰 역사 이뤄서 자랑스럽다”

추가시간을 더한 95분의 혈투 끝에 긴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는 온통 눈물범벅이 됐다. 승자는 행복과 감격에 겨워 울었고, 패자는 고통과 상처에 눈물을 쏟았다.

올해 K리그의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강원FC였다.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원정경기에서 강원은 성남FC와 1-1로 비겼다. 17일 홈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강원은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성남을 따돌리고 내년 시즌 클래식(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2013년 말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이후 4년만의 클래식 복귀다. 반면 K리그 최다인 통산 7회 우승의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성남은 굴욕적인 강등을 맛봤다.

오랜 기다림을 끝내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올 시즌 챌린지 정규리그 막판 파죽지세의 흐름을 탄 강원은 4위에 올라 기나긴 PO의 여정으로 들어섰다. 간절함으로 뭉친 ‘원팀’ 강원은 강했다. 5위 부산 아이파크를 홈에서 꺾은 뒤 3위 부천FC마저 원정에서 제쳤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에 따른 11월 A매치 휴식기로 인해 흐름이 끊겼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강원은 골을 넣고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1년 내내 탄탄한 조직을 완성한 강원과 클래식에서 오랜 시간 승수를 쌓지 못한 성남은 전혀 달랐다.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강원 최윤겸(54) 감독은 전북현대에서 데려온 핵심 공격수 루이스를 호출했다. 승강 PO 2차전을 앞두고 화제는 자연스레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북-알 아인(UAE)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으로 모아졌다. 루이스의 옛 동료 레오나르도가 2골을 몰아친 전북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최 감독은 루이스에게 레오나르도의 득점 장면을 거듭 상기시켰다. “볼을 오랫동안 간수하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라.”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16’ 2차전 성남 FC와 강원 FC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강원 FC 한석종이 선취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탄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결국 통했다. 코너로 몰린 성남의 맹렬한 반격에 전반 중반까지 허둥대던 강원은 순간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42분 성남 수비진 사이로 정확히 볼을 떨어뜨린 허범산의 칩 패스에 이은 한석종의 선제골도 놀라웠지만, 루이스의 연계 플레이가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1골은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연장전이 사라졌다. “승부차기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한다. 팀 훈련 때 한 번씩만 (승부차기를) 차봤다”던 최 감독의 바람이 결국 적중한 것이다.

루이스는 이후에도 특유의 볼 키핑과 문전 어느 곳에서든 과감하게 시도하는 슛으로 가뜩이나 다급한 성남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루이스는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4차례의 슛을 시도했다. 추가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성남의 맹반격을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었다.

성남이 후반 32분 황진성의 프리킥 동점골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듯했으나, 강원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클래식행 티켓을 지켜냈다. 최 감독은 “내용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승부는 결과가 더 중요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이런 큰 영광스러운 역사를 일구게 돼 자랑스럽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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