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전북은 처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은 2006년, 역시 일본에서 열린 이 대회 1차전에서 클럽 아메리카에 당한 아픔을 끝내 되돌려주진 못했다. 그래도 잘 싸웠다. 지난해 클럽월드컵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패한 기억을 되새기며 ‘아시아 클럽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창단 100주년의 클럽 아메리카가 좀더 강했을 뿐이다.
Q=모처럼 투톱이 가동됐다.
A=전북은 시즌 중에도 종종 2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하곤 했으나, 결과가 썩 좋진 않았다. 그래서 이날도 원톱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을 했다. 김신욱(28)과 에두(35·브라질)에게 전방을 맡겼다. 상대의 의표를 찌른 셈이다. 높이가 좋은 김신욱에다 또 다른 골게터를 막아야 할 상대 입장에선 쉽게 전진할 수 없었다. 결국 클럽 아메리카의 공격은 개인돌파에 의존했다. 김보경(27)의 선제골도 1~2선 사이의 빈 공간에서 나올 수 있었다.
Q=이번에도 ‘변형 쓰리백’이 나왔는데.
A=효율적인 ‘선수비·후역습’으로 북중미를 제패한 클럽 아메리카는 쓰리백을 즐기는데, 전북도 ‘눈에 눈, 이에 이’로 맞섰다. 1일 소집훈련 때부터 염두에 두긴 했으나, 전략을 노출하지 않았던 최 감독은 결전 이틀을 앞두고 처음 “쓰리백으로 나선다”고 공표했다. 2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30)과 최철순(29)이 임종은(26)과 함께 후방을 책임졌다. 그 대신 예전처럼 대인방어의 역할은 주지 않았다. 철저히 지역을 맡겼다. 특정 선수만 개인기가 뛰어난 아시아권과 달리, 클럽 아메리카는 멕시코의 2012런던올림픽 우승 멤버 페랄타(32)와 파라과이국가대표 마르티네스(30)를 비롯해 거의 전원이 남다른 돌파력을 지녔기에 1명만을 맡아선 곤란했다. 볼을 잡은 상대를 2~3명이 에워싸고,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침투를 수차례 차단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Q=영상분석도 평소보다 많았다.
A=전북은 거의 영상분석을 하지 않는 팀이다. 아주 중요할 때, 그것도 딱 1차례 영상 미팅을 갖는다. 주요 포인트만 담아 길어야 30분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7일 현지에 도착한 전북은 2번이나 편집영상을 시청했다. 체류기간 사흘 중 첫 이틀을 비디오를 보는 데 할애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서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전북은 클럽 아메리카보다 한 수 아래다. 전북 스태프는 “특정팀에 대한 비디오를 이렇게 많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팀에 형성된 묘한 긴장감을 귀띔했다.
Q=벤치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나.
A=킥오프 전, 몸 푸는 시간이 짧았다. 대회 규정대로 경기 1시간 반 전 스타디움에 도착했지만, 상대보다 10분 이상 적었다. 정신무장이 먼저였다. 최 감독이 사전 미팅에서 던진 메시지는 짧고 강렬했다. “모두가 상대의 우세를 점친다. 우리는 이변을 위해 일본에 왔다. 그 힘을 증명하자!” 아쉽게도 이변은 없었다. 그래도 후회도 없었다. 사력을 다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4강 격돌이 물거품이 됐고, 5·6위 결정전으로 밀려났어도 자존심은 잃지 않았다.
오사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