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베이라 골프장에서 열린 미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5번홀에서 티샷 후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베이라 컨트리클럽(파71·7322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총상금 680만 달러) 4라운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최경주는 6번홀까지 버디 4개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려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전날, 최경주는 우승이라는 말을 아꼈다. 3라운드가 끝난 뒤 응원을 나온 교민들과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날씨도 덥고 경기에 집중하느라 입맛이 없었는지 그마저도 다 먹지 않고 기자에게 한쪽 건넸다. 교민들은 한 목소리로 최경주의 우승을 기원했다. 최경주는 “내일 5위만 해도 만족한다”며 들뜨지 않았다.
최경주라고 해서 우승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2011년 플레이어 챔피언십 이후 4년 넘게 우승 소식이 끊긴 상태다. 통산 우승도 8승에 멈춰있다.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그러나 PGA 투어에서만 17년째 뛰고 있는 그는 말보다 마음을 다스리며 경기에 최선을 다할 때 우승이 찾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최경주는 지쳐 있었다. 1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부터 4주 연속 대회 출전 중이다. 20대의 나이라면 이 정도 쯤은 별것 아니었겠지만, 그의 나이는 벌써 40대 후반이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최경주는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 후 다시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최종라운드를 위한 마지막 준비다.
11번홀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던 최경주는 12번홀에서 아쉽게 보기를 적어내며 순위가 밀려났다. 티샷한 공이 러프에 떨어졌고 거리상으로는 4번 아이언으로 공략이 가능했지만, 공이 러프에 잠겨 있는 상태여서 하이브리드로 쳤다.
최경주는 “생각보다 클럽 헤드가 깊게 들어갔고 공이 그린에 떨어진 후 굴러서 핀 뒤쪽 러프에서 멈췄다. 어프로치도 실수는 없었지만 약 3.5m 굴러갔다. 아쉽게 파를 놓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경주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베이라 골프장에서 열린 미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5번홀로 이동하면서 응원하는 팬들의 손을 터치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이후 최경주는 버디 사냥에 실패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퍼트를 하면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 공동 5위(합계 12언더파 272타)로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는 그제야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털어놨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지만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최선을 다한 경기라서 후회는 없다. 그래도 우승을 놓쳐서 아쉽다.”
4주 전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다시 찾아왔던 우승 기회. 아쉽게 역전 우승에 실패했지만 ‘탱크’(최경주의 별명)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최경주는 “최근 2~3년 동안 퍼트가 나빴던 건 아니다. 그러나 기회 때 터지지 않았다. 올해 샷을 포함해 퍼트까지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다. 마스터스(4월7일 개막)까지 한발 한발 전진해 나가겠다”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최경주는 앞으로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다. 마스터스 전까지는 3월10일 시작하는 발스파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3개 대회에 출전한다.
한편 먼데이 퀄리파잉(월요예선)을 통과해 출전 기회를 잡은 강성훈은 이날 2타를 더 줄이면서 합계 10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노승열은 공동 20위(6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단독선두였던 버바 왓슨은 이날 3언더파 68타를 치며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LA(미 캘리포니아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