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용준-원빈-이나영-김태희(왼쪽 상단 시계방향으로). 동아닷컴DB·스포츠동아DB
개런티 부담에 日한류 흥행도 보장 못해
팬들 새로운 연기 기대감도 복귀 걸림돌
김태희·이나영, 드라마 제작줄어 이중고
‘배용준과 원빈, 김태희, 이나영!’
이름 자체로 절대적인 파워를 과시하는 톱스타들이 수년째 국내 연기 활동에서는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1순위로 꼽히지만 숱한 제안에도 연기 활동은 조용하다 못해 침묵에 가깝다. 이를 참다못한 팬들이 직접 온라인을 중심으로 복귀 분위기까지 조성하고 있을 정도다.
배용준은 2007년 MBC ‘태왕사신기’ 이후 햇수로 8년째,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를 끝내고 5년 동안 연기 활동을 멈췄다. 2013년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김태희나 2012년 영화 ‘하울링’의 이나영 역시 3∼4년째 국내 연기 활동은 중단하다시피 했다.
연예계에서는 이들의 공백을 단순한 ‘휴식기’로 보지 않는다.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 맞물려 벌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배용준이나 원빈은 동급 스타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를 상쇄할 정도로, 작품의 성공 가능성도 높이는 주역이지만 최근 변화가 극심한 관련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고액 출연료는 곧 제작진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한류가 뒷받침된 덕분에 이들의 출연은 곧장 해외 판권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일본 한류가 예전만 못해 판권 판매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중국 한류가 부상했다고 하지만 김수현이나 이민호, 김우빈 같은 새로운 스타의 몫이다”고 밝혔다. 이들의 복귀를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배우의 ‘연기 변신’에 대한 대중의 높은 기대치이다. 연기 경력이 상당한 이들로서는 제안 받는 대부분의 작품이 ‘이미 해본 캐릭터’인데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 역시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공백기를 늘린다.
실제로 원빈은 액션 ‘아저씨’의 성공 이후 1∼2년 동안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 제의를 줄곧 받았다. 새로운 연기를 위해 이창동 감독과 작업을 구상했지만 여러 여건상 지연되면서 공백은 길어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원빈이 출연을 고민 중인 한 영화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들은 이중고다. 이나영과 김태희는 여전히 광고계가 인정하는 CF퀸이지만 참여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편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최근 연인인 가수 비와 결혼설에 휘말린 김태희가 “결혼보다 작품 활동이 먼저”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이유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