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앞둔 권상우는 “40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4년 만의 영화출연에 의미를 부여했다. 스포츠동아DB
매일 구박 받고 육아 떠맡은 남편 연기
“실제 두 아이 아빠…어느새 육아 척척
성동일 선배 유쾌한 매력 닮고싶어요”
“오늘은 나를 세일즈하는 시간이에요.”
배우 권상우(39)를 만난 날에는 마침 그가 주연한 영화 ‘탐정: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제작 크리픽쳐스)의 VIP 시사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날 아침 집을 나서며 아내(연기자 손태영)에게 “오늘은 좀 취할 것 같다”고 당부해뒀다고도 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그는 영화나 드라마 뒤풀이 자리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영화 ‘베테랑’의 뒤풀이에 참여하고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요즘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한국영화 제의가 거의 없다. 현실이다. 소외감 비슷한 걸 느끼기도 한다. 내가 시나리오 쌓아놓고 선택하는 입장도 아니고. 내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의 뒤풀이에 가니 기분이 묘했다. 내 영화로,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영화 ‘탐정:더 비기닝’의 권상우. 사진제공|크리픽쳐스
권상우는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는 몰라보게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드러내는 데 더 솔직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수도 있다. 24일 ‘탐정’을 관객에 내놓는 그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새 출발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는 2011년 ‘통증’ 이후 4년 만이다. 늘 누군가를 절절히 사랑하는 남자였던 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탐정’은 반전, 그 이상이다. 셜록 홈즈를 꿈꾸지만 현실은 온라인 블로거, 아내에게 ‘구박’ 받고 육아 책임도 떠맡은 남편이 그의 모습이다. 낯설 것이란 예상은 기우다. 왜 지금에야 이런 역할에 도전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잘 맞는 코미디 옷을 찾아 입었다.
“남들은 내가 무겁고 멋진 역할만 한 줄 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도 있지 않나. 내 안에 코미디가 있다. 하하! 내가 두 아이 아빠이고 남편인 건 다 안다.”
권상우는 “나는 주제파악이 빠른 사람”이라고도 했다.
“주변 또래, 선배들을 늘 지켜본다. 내가 정우성 선배처럼 나이 들어서도 언제나 멋있는 역할만 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다.”
자신이 꼽은 강점은 세 가지. “남들보다 나은 몸”, “그 몸을 유지하는 노력” 그리고 “숨어있는 코믹 성향”이다. ‘탐정’에서 콤비로 만난 성동일의 유쾌한 매력은, 그래서 그가 닮고 싶은 모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권상우는 마치 ‘육아의 달인’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7살 아들, 9개월 된 딸을 키우며 쌓은 실력이 고스란히 풍긴다. “밤에 우유를 얼마만큼 타 몇 시에 먹이는지, 기저귀는 어떻게 가는지는 기본”이라며 “기저귀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톡 집어넣을 때 손맛도 안다”며 웃었다.
“결혼할 때 욕 많이 먹고 악성 루머도 있었다. 팬도 많이 떨어졌다. 하하! 그런 식으로 결혼한 사람은 그 때까지 없었으니까. 우린 지금도 연애하듯 산다. 하루하루 어디서 뭘 하며 지내는지, 뭘 먹을지, 어디서 데이트를 할지 얘기하면서.”
권성우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이날 아침 집을 나선 뒤 아내와 주고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맑은 가을 하늘을 찍어 아내에게 보낸 남편, 살갑게 답한 아내의 글이 빼곡했다.
“이젠 부러워하는 시선도 아주 조금 생긴 것 같다. 결혼하고 꼭 7년이 걸렸다.”
권상우는 촬영이 없는 한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한다. 20년 동안 유지한 습관이다. 주말에는 집 근처 운동장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아들이 7살이 되니, 아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교육은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사랑을 많이 주고, 건강하게 자라면 된다.”
권상우는 10월 초 다시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계획됐다. 그는 여전히 뜨거운 한류스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