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꼬일대로 꼬인 삼각관계 등과 같은 전형적인 클리셰로 비판을 받아온 우리나라 드라마가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드라마 업계에서는 반(半)사전제작 혹은 100% 사전제작 방식을 도입하거나 시즌제를 통해 이야기의 연속성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과거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그 자리에서 수정해 나가던 방식과 달리 드라마의 질(質)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트렌드와 더불어 드라마 업계에는 더이상 출생의 비밀로 대표되는 클리셰들이 시청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오히려 매력적인 스토리가 식상할 수 있는 로맨스를 흥미롭게 만들고 심지어 로맨스가 없어도 흥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 '별에서 온 그대'다. 이 작품은 외계인과 톱스타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다소 유치하게 여겨질 수 있는 초능력을 로맨스에 활용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같은 '별그대'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돼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SBS의 2014년 최대 성과로 꼽힌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치즈인더트랩' 역시 탄탄한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복합 장르 드라마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매력남 유정(박해진)과 다소 허술한 홍설(김고은)의 로맨스를 그려 얼핏 전형적으로 보이지만 양면성을 보이는 남자와 이를 간파한 여자의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묘사해 벌써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제 막 라인업을 완성해 본격적인 제작에 드러간 '보보경심:려'도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특히 여기에는 타임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까지 가미돼 또다른 복합장르물 흥행작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다소 평범하지 않은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에는 시청자들의 한층 높아진 수준 때문이다. 더이상 예측 가능한 장치들로 가득한 막장 드라마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잘 짜여진 원작은 드라마에게 큰 힘이 된다. 또한, 제대로 가공만 한다면 드라마 팬 뿐만 아니라 원작 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제 시청자들은 평범한 로맨스나 가족 드라마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양한 소재를 마음껏 다루는 미국 드라마 노출도가 높아지다 보니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그만큼의 수준을 요구한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