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들고 기뻐하는 유소연.
유소연은 19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파72·6509야드)에서 열린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았다. 최종합계 7언더파 207타로 10년 만에 우승을 노린 대선배 김희정(38)을 1타차로 제치고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소연이 기록한 8타차 역전은 국내 여자골프 사상 최다타 역전 기록이다. 종전 신지애(2007년 크라운여자오픈), 박희영(2005년 파브인비테이셔널)의 7타차 역전을 경신했다. 가장 먼저 3승을 달성한 유소연은 서희경(23·하이트)을 제치고 다승과 상금랭킹 1위(2억6715만원)로 올라섰다.
선두에 8타차 뒤진 공동 25위로 출발한 유소연은 전반 5번(파5), 6번(파4), 7번홀(파3)에서 사이클버디를 낚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반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은 유소연은 11번홀(파4) 버디에 이어, 13번~15번홀에서 3개홀 연속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 자리를 꿰찼다.
유소연이 17번 홀에서 파세이브를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유소연은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며 우승 소식을 기다렸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펼쳐진 경기에서 선수들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최혜용(19·LIG)은 전반에 1타, 후반에 1타씩을 까먹어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18번홀(파4)까지 동타를 이루며 연장전을 바라봤던 김희정은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다. 김희정은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긴장한 탓인지 버디 퍼트가 짧아 홀컵 2.5m까지 붙인 것이 뼈아팠다. 유소연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장전을 위한 파퍼트 마저 놓치며 지난 1999년 LG019오픈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우승기회를 날려버렸다. 1타 뒤진 6언더파 208타로 단독 2위.
유소연과 함께 다승, 상금랭킹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서희경(23·하이트)은 1오버파 217타로 공동 19위에 그쳤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전까지 시험기간이어서 퍼트 연습을 많이 못했다. 퍼트는 하루만 쉬어도 감이 달라진다. 대신 제주도에서 열리는 시합이라 바람이 심할 것을 예상하고 낮게 치는 샷을 연습한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기분 좋게 상반기를 마감한 유소연은 2주 가량 휴식을 취한 뒤,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유소연 우승 소감
“어제 꿈에서 내가 전반기 마지막 대회를 우승했다는 기사를 봤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꿈이라서 어머니한테도 얘기도 안했다. 선두에 크게 뒤졌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혜용이가 먼저 ‘너 왜 이렇게 잘쳐!’라며 먼저 농담을 건네 ‘고맙다’고 했다. 요즘 놀랄 만큼 샷이 잘 된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작년보다 좋아진 것이 요인이다. 체력이 뒷받침 되면서 오랜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목표인 5승을 거둘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