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매치업]‘김성근전매특허’빼앗은김경문

입력 2009-10-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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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풀가동…유리한투타대결유도-원투펀치차례로쓴SK패보여준꼴
SK 김성근 감독은 8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앞두고 “(두산 김경문 감독이 두 번 지면서) ‘배웠다’고 했는데 (1차전을 보니) 많이 배운 것 같다”란 농담 섞인 진담을 내뱉었다.

김성근 감독을 곤혹스럽게 만든 김경문 감독 ‘배움’의 실체는 ‘매치업’으로 집약할 수 있을 듯하다. 과거 2년, SK의 특장이었던 ‘변형 매치업’을 오히려 두산이 자기 것으로 차용해버렸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매치업’은 흔히 투수 대 타자의 대결을 의미한다. 데이터 상 매치업의 우위를 점하려는 양 팀의 머리싸움을 헤아리는 데서 야구보는 묘미가 발생한다.

리오스, 랜들 등 확실한 에이스가 사라진 두산은 선발, 불펜의 경계를 파괴(세데뇨처럼)했고, 그 공백을 통계와 흐름을 혼합한 매치업으로 메웠다. 반면 정작 SK는 글로버, 카도쿠라 등 선발 원투펀치를 1, 2차전 연속 투입하는 ‘정공법’으로 일관해 두산에 미리 패를 보여준 꼴이 됐다.

두산은 1, 2차전에 좌완 금민철, 세데뇨를 선발로 내서 성공시켰다. 이에 대응해 SK는 좌완킬러 이재원을 중용했고, 타순을 재조정했으나 두산이 가장 경계한 베테랑 좌타자 김재현의 활용도가 확 줄었다. 특히 2차전은 김성근 감독이 “맞히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호언할 정도로 의외의 타순을 직접 조합했지만 역시 효과를 얻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홍상삼이란 예상을 깨고, 1차전에 불펜 등판한 세데뇨를 2차전 선발로 또 냈다. 다만 포수를 용덕한에서 최승환으로 바꿨다. SK도 시도치 않았던 기용법이다.

하나 더. 김경문 감독은 6회 이후 불펜진을 풀가동해 매치업에 유리한 투수-타자 대결을 유도했다. 단 ‘승부처 타이밍엔 임태훈’이란 대원칙을 정하고 나머지는 가변적으로 갔다.

SK가 6회 대타 김재현 카드를 꺼내들자, 우완이자 지난 2년 한국시리즈에서 거듭 홈런을 맞았던 임태훈으로 맞불을 질러 1차전에 이어 또 성공을 거뒀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고백했듯 1차전엔 김재현 대타 기용 시점을 실기했고, 이호준이 잠수함에 약한 줄 알면서도 고창성과의 대결을 강행했다. 믿어봤지만 결과는 삼진.

2차전은 왼손-왼손 매치업에 집착하다 8회 좌완 정우람이 좌타자 정수빈을 볼넷 출루시켰고, 역시 좌타자인 이종욱에게 치명적인 결승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2루타 직전 우익수 수비까지 바꿨지만 꿰뚫는 타구를 잡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계산이 안돼 두산이 어렵다”고 했다. 상대전술에 대응하는 데서 힘을 발휘하는 SK 야구인데 두산은 그 대응할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SK보다 더 SK스럽게’, 두산의 연승 비결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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