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나라가 새 영화 ‘하늘과 바다’를 통해 연기 변신에 나섰다. 28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장나라는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24살의 여인 ‘하늘’로 출연했다. 김종원기자|won@donga.com
‘하늘과 바다’ 장나라의 속앓이
“명랑소녀에서 명랑숙녀로?”첫 질문을 이렇게 던지자 장나라는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아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가 방영된 게 벌써 8년 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장나라는 여전히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내년이면 “어느 새 서른”이다.
28일 개봉된 영화 ‘하늘과 바다’(감독 오달균)는 장나라에게 명랑소녀로 보낸 20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그녀 역시 이에 동감하는 듯 ‘오! 해피데이’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영화 ‘하늘과 바다’를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고 했다.
영화 속 장나라는 팬들이 그녀에게 늘 기대해왔던 긍정적 에너지의 ‘결정체’와도 같다. 그 “순진무구”함을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끊임없이 암묵적으로 요구받았던 그녀.
때문에 ‘이젠 그만 했으면’하는 생각도 했겠지만, 장나라는 그 속내를 “오랜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작품”이란 의미로 달랜 것도 같았다.
그녀가 영화에서 맡은 ‘하늘’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24살의 여인이다. 실제 나이에 뒤쳐지는 지능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앞서 비슷한 인물을 영화에서 연기한 ‘말아톤’의 조승우, ‘허브’의 강혜정 등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연기 잘하기로 공인받은 그들 사이에 절 끼어준다는 것만으로 좋은 일이죠.” 여전히 소녀 같은 장나라가 정말 ‘서른 즈음’임을 느끼게 한 것은 이 대목에서였다.
장나라는 의젓한 마음으로 30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40대와 50대를 준비하는 30대를 보내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장나라는 그 의지를 “화산처럼 ‘펑’ 터지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닌, 얼마나 길게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란 말로 대신 했다.
개봉에 앞서 이런저런 홍보에 나서며 장나라는 가뜩이나 마른 몸매를 깡마르게 해 눈길을 끌었다. 확연한 차이가 나는 감량에 일부에서는 ‘여자 김명민’이란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다.
결국 김명민처럼 장나라 또한 극중 하늘이란 역할을 위해 살을 뺀 것은 맞지만, 김명민의 노력에 비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촬영을 앞두고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너무 동글동글한 거예요. 도무지 툭하면 코피를 흘릴 영화 속 하늘이가 아니었던 것이죠.”
애초에 출연만 다짐했던 이 영화는 예기치 않은 사정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제작까지 떠맡게 됐다. 절박했던 당시를 그녀는 “입이 바싹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결국 장나라는 각종 행사에 참가하며 얻은 출연료 등으로 “모자란 제작비를 채워 넣는 일의 연속”이었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이제야 공개했다.
“개봉 날짜도 잘 안 잡혔던 때에는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었죠. 하지만 극장에 걸게 됐고,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제는 ‘착한 장나라’ 말고 다른 캐릭터에도 욕심을 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장나라는 “실제론 그다지 착하지 않다”는 재치를 발휘하며 느닷없이 “호러 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무언가에 쫓기는 비련의 여인이라…. 장나라는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아뇨! 쫓기는 역할 말고 쫓는 역할이요. 낫 들고 다니는 무서운 여인 어때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기자|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