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FA보다 방출선수가 더 잘 팔린다. 히어로즈에서 전준호(34)와 이상열(32)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SK와 LG가 낚아챘다. 투수라는 이점을 지닌 데다 보상선수, 보상금 같은 부담이 없기에 바로 팔린 셈이다. 롯데 같은 구단은 “우리도 관심이 있었는데 한발 늦어서 아쉽다”고 할 정도로 작지만 뜨거운 ‘이삭줍기 시장’이었다.
SK는 2009년 40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우완 전준호를 연봉 동결(1억 3000만원)이라는 호조건으로 영입했다. 인천 동산고 출신이라는 배경에다가 군 입대로 빠져나가는 윤길현, 채병용의 빈자리를 메울 우완 불펜요원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SK는 22일 계약을 발표했고, 23일 바로 일본 고지캠프로 전준호를 데려가 김성근 감독 앞에 선을 보이는 발 빠른 행보를 예고했다.
김 감독은 “보고나서 판단하겠다”고 신중하게 말했지만 “전준호는 경력 있는 선수”, “지금 투수가 너무 없다”라는 말속에서 입단을 환영하는 눈치가 묻어났다. “반은 죽었다고 각오해야 될 것”이라는 SK에 어울리는 환영사(?)를 밝히기도. 살찐 선수를 싫어하는 김 감독 성향에 미루어 100kg으로 알려진 전준호는 ‘다이어트’ 병행이 불가피할 듯하다.
한편 LG도 22일 연봉 8000만원에 좌완 이상열 영입을 발표했다. LG는 류택현 오상민에게만 쏠렸던 왼손 불펜진의 옵션을 늘리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