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미실, ‘욱’해서 맡았는데…”

입력 2009-12-18 22: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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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김종원기자  won@donga.com

고현정.김종원기자  won@donga.com

스포츠동아-동아일보 웹진 O2선정 2009 드라마 최고 연기자 고현정
"저도 선덕 역을 맡을 줄 알았죠, 그런데 '욱'하는 마음에…."

가장 긴 시간동안 이어진 수상 소감이 아니었을까. 이젠 유행어가 돼버린 '이 미실'이 안방극장의 '여왕'이 됐다.

스포츠동아, 동아일보 웹진 O2가 함께 선정한 '2009 최고 드라마 연기자'(이하 '최드연')의 영광은 미실 고현정에게 돌아갔다. 1등도 자주 하면 '그러려니' 하는 내성(?)이 생기기 마련. 이미 많은 매체들은 그녀를 올해 가장 빛나는 안방극장의 별로 지목했다.

17일 오후 전화를 통해 '최드연' 선정 소식을 들은 고현정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녀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정말요?"를 연발하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녀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종영을 앞둔 지금, '이젠 말할 수 있다'는 심정처럼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미실'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털어놨다.

- 드라마에선 이루지 못한 대권, 그러나 현실에선….

"전 정말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항상 집에 혼자 있거든요. (미실 역을 맡으면서) 어떤 야심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 고현정에게 '선덕여왕'이란.

"성장? 그간 전 몸만 늙어왔거든요. (웃음) 정신도 조금 성장한 것 같습니다."


- 스스로 연기 점수를 준다면 몇 점.

"60점. 요즘 '선덕여왕' 첫 회부터 다시 보고 있어요. 처음엔…(탄식) 제 연기가 진짜 유치하더라고요."


- 고현정과 미실…그리고 미실과 실제 고현정은 무엇이 닮았을까.

"아, 눈물이 나려고 해요. 미실에게 이런 대사가 있었죠. '편안하게 태어나 편안한 위치에 있었다면….' 실은 좀 고독하거든요, 저도. 그게 미실과 닮은 구석이 아닐는지. 제 속내를 말한다고 하는데도, 마음 속 저 밑에 있는 그것까진 누구에게도 얘기 못해요. 들어줄 사람도 없는 것 같고…."


- 고현정이 미실이 아닌, 선덕여왕을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고백하자면,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제가 덕만인 줄 알았어요. (웃음) 선덕여왕을 '어린 덕만, 성장한 덕만, 제 나이대의 덕만' 이렇게 3명으로 가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덕만을 연기했다면 여러분께서 늘 보았던 고현정의 모습이었을 거 에요. (미실의 어조로) '하여' 제가 우리 이요원 양보단 잘 했을 것 같진 않아요."


- 그렇다면 어떻게 미실을 맡게 된 것일까.

"제가 '욱'하는 성격이 있지요, 하하. 지난 해 말에 이 드라마의 대본을 쓰고 계신 김영현 작가를 만났어요. 미실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시더라고요. (당시 덕만을 생각하고 있던) 제게 차마 말은 못 꺼내시고…,그래서 또 '욱'하는 마음에 제가 미실을 할 테니 덕만을 잘 뽑으시라고, 하하."


- 미실을 맡으면서 내건 조건이라도.

"연기력 논란이 있어도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게 조건이었죠. 그래서 나름대로 한답시고 한 게 미실이었네요. (웃음)"


- 왜 미실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게 됐을까.

"세상에 스스로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착하고, 내가 가장 피해자고 다 그렇게 생각하지요. 미실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전 그렇게 생각하고 미실을 그렸습니다."


- 드라마 '선덕여왕'이 곧 막을 내린다.

"함께 한 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미실의 어조로) '이 미실'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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