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9’ 기자에세이] 화장실서 딱 만난 ‘미실’ 난 당신의 비밀을 알죠

입력 2009-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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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미처 못 다 쓴 이야기 ⑤
그토록 만나고 싶던 그녀와의 첫 만남은 뜻밖에도 화장실이었습니다.

4월 말 드라마 ‘신데렐라맨’ 촬영장을 찾았을 때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MBC 드라마 야외 세트에서 주인공 권상우와의 인터뷰가 잡혀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세트 한 쪽에 있던 화장실에 들렀을 때, 한적한 산 중턱에 지어진 세트인지라 단출하게 두 칸 밖에 없던 그곳에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옷매무새를 고치는 듯 한참을 부스럭거리기도 했습니다. 화장실에 있던 사람은 기자와 그녀 단 둘 뿐. 마침내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앗! ‘미실’ 의상을 완벽하게 입은 고현정이었습니다.

‘신데렐라맨’ 촬영장 바로 옆 세트가 ‘선덕여왕’ 촬영지였던 건 알았지만 제작진이 워낙 예민하게(?) 취재진의 접근을 막아 고현정의 뒷모습도 구경 못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맞닥뜨린 곳이 하필 화장실이라니.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촬영에 집중하고 싶다”며 매번 거절하던 그녀를 무방비 상태(?)의 화장실에서 만나고 보니 반가움 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인사를 건네려던 찰라, 그녀는 거울 한 번 쓱 보더니 휙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앗! 깔끔할 것 같던 고현정이 손도 씻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린 겁니다. 인사를 건넬 수 있던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는 아쉬움보다 손을 씻지 않은 그녀에 대한 ‘충격’으로 웃음만 나왔습니다.

고현정과 마주 친 첫 기억은 이처럼 엉뚱했습니다. 그 뒤로도 그녀를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하더군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기자에게도 멀게만 느껴졌던 톱스타도 화장실에서 깜빡하고 손을 씻지 않는다는 남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 슬쩍 웃고 말았습니다.

이후 그녀에 대한 소식은 제작진이나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팀워크를 위해 나서서 술자리를 주도하고 수십 명이 등장하는 군중 신을 촬영할 때면 틈틈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누구보다 현장을 즐긴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연기력이 떨어지는 후배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덕분에 현장에는 늘 팽팽한 긴장이 돈다고도 했습니다. 이는 모두 ‘선덕여왕’의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고현정은 또한 6개월 동안 기자에게 일거리 걱정을 없애준 고마운 배우입니다. ‘미실 신드롬’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이 높아져 ‘고현정 4kg 가체 쓰고 비실비실’, ‘주름 없는 고현정’, ‘고현정은 밥심여왕’, ‘부상에 우는 고현정’ 등 그녀에 대한 기사는 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 ‘뉴스 아이템의 발원지’였고 한편으론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스타 고현정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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