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신년 인터뷰 “하하하 내 큰 장점은 포커페이스”

입력 2010-0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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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세요.” 미 LPGA 투어 데뷔 첫 해 신인상과 상금왕을 휩쓴 신지애가 2009년의 마지막 날 새해 소망을 담은 ‘희망의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임진환 photolim@donga.com

내년에는 LPGA 투어만 온힘 쏟아 세계랭킹 1위 향해 ‘굿샷’ 날릴 것
2009년 대한민국의 여자골프의 아이콘은 신지애(22·미래에셋)였다.

미국 LPGA 투어 진출 첫 해 신인상과 상금왕 그리고 다승 1위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신지애의 활약은 1998년 박세리 이후 다시 한번 ‘골프’를 국민적 관심사로 이끌어 내는 데 공헌했다.

2009년을 되돌아보면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마지막 투어챔피언십에서 ‘올해의 선수’를 놓친 일이다. 누가 봐도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조금만 분발했어도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만 하늘은 신지애가 아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선택했다.

신지애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는다. 만약이라는 단어 안에는 후회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 눈물로 아쉬움을 털어낸 신지애는 다행히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신지애의 꿈도 새로운 목표를 향하고 있다.

3일 호주 골드코스트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2009년의 마지막 날 서울 역삼동 세마스포츠 사무실에서 신지애를 만났다.

짧은 소회와 새해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 할 소망을 들었다.


- 새해가 하루 남았다. 어떤 기분인가?

“1년이 너무 빨리 흘렀다. 그만큼 투어에 집중했고 열심히, 재미있게 보냈다. 작년 이 맘 때는 신인왕만 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상의 목표를 이뤘다. 새해에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부담을 안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여유 있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예전에는 새해가 되기 전이면 한해를 되돌아보고 소망을 빌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특별함이 없어졌다. 하루하루가 수많은 날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 2009년 가장 아쉬웠던 일은 올해의 선수를 놓친 것인가?

“아니다.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만족한다. 아픔 없이 성장할 수 없다. 이번 일로 더욱 성장하는 방법을 배웠다. 주변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놓친 것에 대해 많이 걱정해주시는데 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


-2010 시즌의 가장 큰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많이 근접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대회에 더 많이 출전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팬들도 LPGA 투어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LPGA 투어에 더 전념할 계획이다.”


-훈련과 성적은 비례하는가?

“그렇다. 연습한 만큼 성적도 좋아진다.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훈련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더 많이 한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게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엄청난 땀을 흘렸고,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신지애에게 2% 부족한 게 있다면?

“혼자 스스로의 틀에 가둬 개방적이지 못한 게 단점이다. 다른 말로 표현이 서툴다고 할 수 있다. 내 감정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한다. 아마도 주니어 시절부터 승부의 세계에 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골프 경기에서는 장점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집중력이 좋다. 단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신지애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있나? 박세리의 경우 공동묘지 훈련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잘못 알려진 내용은 없다. 사실은 세리언니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공동묘지에서 담력을 키웠다는 얘기를 듣고 진짜로 공동묘지에 갔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께서 세리언니는 저렇게까지 해서 대선수가 됐다고 말해 혼자서 공동묘지에 간 적이 있다. 막상 공동묘지에 가 보니 담력이 생기지는 않고 무섭기만 했다. 그때 찬송가를 엄청 불렀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고 엄청 당황스러웠다. 중요한 건 공동묘지와 담력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주니어 선수들은) 굳이 공동묘지에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신이 계획한 골프인생은 얼마나 달성했나?

“올해로 골프를 시작한지 10년하고 6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80%까지 달성했다. 나머지 20%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빨리 달성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골프란 그런 것이다. 지금 끝날 수도 있고,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목표했던 일을 100% 달성하면 골프를 그만둘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동생들과 인터넷을 보던 중 이런 얘기를 했다. ‘포기하면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편해지려고 도전하는 건 아니다. 부딪히고 다칠 때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희망이라는 건 자신의 생각에 달려 있다. 나는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간다. 너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면 지루해지고, 그 안에서 시련을 겪을 때도 많다. 그러면서 힘이 들 때 포기하게 된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면 자신감도 생긴다.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과 10년 뒤 큰 목표를 이루려고 달려온 사람을 비교할 때 만족감은 다르다. 자신 있고 당당해지는 건 스스로에 달려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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