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6년만에 재연된 장미의 전쟁

입력 2010-01-04 16: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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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맨유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FA컵 64강전을‘장미 전쟁’이라고 한다.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 맨체스터가 속해있는 랭커셔 지역과 리즈가 속해 있는 요크 지역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

이는 14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랭커셔 가문과 요크 가문이 30년간 왕권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 유래 됐다. 아이러니 하게도 랭커셔 지역의 상징은 붉은 장미, 요크 지역의 상징은 흰색 장미다.

과거의 피 튀는 왕권 전쟁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 맨유와 흰색 유니폼을 입는 리즈의 축구 경기에서 재현되기 충분했다.

현재 리즈는 재정 문제 등으로 리그1(3부 리그)까지 떨어져 있지만 과거 최고 전성기 시절에는 맨유와 앙숙의 라이벌일 만큼 강한 팀이었다. 전성기, 황금기의 유사어로 ‘리즈 시절’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FA컵에서 맨유 상대가 리즈임이 결정됐을 당시 영국 언론들과 팬들은 6년 만에 벌어질 ‘장미 전쟁’에 흥분했다.

예상대로 올드 트래퍼드는 맨체스터 더비전 만큼이나 흥분으로 가득 찼다. 리즈 팬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등장해 팬들 간의 응원 대결과 자존심 싸움도 대단했다. 전반 18분 리즈의 벡포드가 골이 넣자 선수들은 물론 리즈 응원석의 팬들도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결국 3부 리그 소속 리즈에게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유가 보기 좋게 당했고, 이 날 맨유의 충격 패는 영국 언론의 톱 뉴스거리였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에 매우 충격 받았고, 놀랐다”고 고백하며 “경기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왜 그렇게 형편없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응했다. 그런 뒤 “리즈 선수들은 마치 호랑이처럼 싸웠다”라고 상대를 칭찬했다.



영국에서 많은 우승을 경험했지만 유일하게 FA컵 메달이 없는 맨유의 박지성에게는 더욱 안타까웠던 일전이었을 것이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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