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을 먼저 따내며 여유가 있던 삼성화재와 1승 밖에 못한 현대캐피탈.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이들의 승부는 결국 대전 2연전으로 넘어갔다.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던 기자회견장. 수많은 취재진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먼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패장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한창 문답이 오가던 도중 한 기자가 “경기 전에 대전에 간다고 말씀하셨다. 혹시 패배를 예감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빙긋 웃던 신 감독의 촌철살인 한 마디.
“사실은 이겼어도 대전에 가려고 했다. 우승 축하연과 행사가 그곳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다. 어떻게 감독이 팀이 진다고 가정하겠느냐.”
웃음보가 사방에서 터졌고 딱딱하게 굳었던 분위기가 그제야 풀렸다.
“대전에서 뵙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신 감독이 나간 뒤 승장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기자들을 본 김 감독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뼈 있는 한 마디를 했다.
“어이구, 삼성화재의 우승을 축하하려고 많이들 오셨네요. 우승 축하 기사를 쓰려고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이왕이면 더 오래 가야 재미있잖아요?” 발목을 다친 에이스 박철우에 대해서도 “투지를 불태우다 쓰러지니 동료들이 분발할 수 있었다”고 재치 있게 넘겼다.
치열한 승부 속에 비록 명암은 엇갈렸지만 ‘영원한 라이벌’ 두 사령탑이 보여준 여유와 재치는 올 시즌 최고의 ‘입심 전쟁’으로 회자될 만 했다.
천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