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월드컵ㅣ3. 주장으로 본 월드컵] 박지성 캡틴혁명 소리없이 강하다!

입력 2010-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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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주장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주장의 역할을 100%%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포츠동아 DB

▶B조 4인4색 캡틴 비교
한국 박지성 → 권위 대신 수평적 리더십

그리스 카라구니스 → 유로2004 우승주역 신임

나이지리아 미켈 → 23세 젊은피 새바람 기대

아르헨 마스체라노 → 수비형MF 감독믿음 각별

대표팀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인물 중 하나가 주장이다. 선수단을 한데 묶고,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전력을 극대화해야한다. 그라운드의 지휘자들 면면을 살펴본다.


○‘수평 리더십’ 박지성, 그리고 B조


국가대표팀이든, K리그 팀이든 전통적으로 한국축구에서 주장은 팀내 연장자 혹은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반면, 항상 존경받는 인물이 완장을 찼다. 주장을 언급하면 으레 떠올리는 ‘정신적 지주’란 수식이 괜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허정무호는 과감히 이러한 틀을 깼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을 요즘 대표팀이 연출해 눈길을 끈다.

이른 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박지성(29·맨유)이 월드컵에 나설 허정무호의 캡틴이다. 위계질서를 지키면서도 자연스러운 대화와 적극적인 의사교환 등은 자연스레 좋은 경기력으로 드러났고, 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100%% 성공임이 드러났다.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한국이 반드시 꺾어야 할 그리스 캡틴은 예오리오스 카라구니스(33). 2004유럽선수권 우승멤버로 활약한 카라구니스는 자국의 명문클럽 파나시나이코스에서 활약 중인 그리스 최고의 미드필더다. 오토 레하겔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다. 허리진의 중앙을 책임지고 있으나 그리스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질식 수비’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나이지리아는 ‘한국식 캡틴’을 택했다.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은 4월 초 존 오비 미켈(23·첼시)을 일찌감치 신임 주장으로 선임했다.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기존 주장이던 은완코 카누(34)에 비해 지나치게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젊은 리더가 주는 시너지는 대단하다. 미켈은 어리지만 충분히 나이지리아의 미래를 맡길만하다”고 선임 배경을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26·리버풀)에게 완장을 맡겼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마스체라노는 남미 최고의 파이터로 통한다. 각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으니 사령탑의 신뢰도 대단하다.마라도나 감독은 남미예선을 통과한 뒤 “아르헨티나는 마스체라노와 함께 10명이 구성됐다”고 말할 정도로 굳게 신임하고 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강력한 태클과 거친 몸싸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메시(바르셀로나)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한국으로선 또 다른 경계 대상임이 분명하다.


○존 테리, ‘삼사자 군단’ 캡틴으로 컴백?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가장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이는 잉글랜드의 존 테리(30·첼시)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임’이란 수식이 옳다. 존 테리는 대표팀 동료 웨인 브릿지(맨시티)의 여자친구와 스캔들에 휘말려 완장을 자진 반납해야 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한동안 테리를 감싸던 카펠로 감독은 현재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맨유)에게 캡틴을 맡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영국 언론들과 팬들은 오래 전부터 대표팀을 이끌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테리가 월드컵이란 큰 무대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내다본다. 테리의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주장에 복귀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한마디에서 여전히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 주장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뢰블레 군단’ 프랑스는 ‘킹’이란 닉네임의 티에리 앙리(33·바르셀로나)가 이끈다. 앙리는 아일랜드와의 유럽지역 플레이오프에서 핸드볼 파울로 FIFA와 전세계 축구 팬들을 농락했지만 레이몽 도메테크 감독은 비난은커녕, “그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앙리는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감쌌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건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의 중심을 이룰 파비오 칸나바로(37·유벤투스)에게 2006년에 이어 완장을 맡길 계획이다. 175cm 단신이지만 어지간한 공중전에는 밀리지 않을뿐더러 완벽한 통제력으로 동료들을 지휘한다. 전 세계 톱클래스의 센터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바 군단’ 브라질은 2002한일월드컵과 2005년, 2009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이끈 센터백 루시우(32·인터 밀란)를, 네덜란드와 독일은 각각 미드필더 라파엘 판더파르트(27·레알 마드리드), 미하엘 발락(34·첼시)에게 중책을 부여했다.


○월드컵을 빛낸 캡틴들


월드컵에서는 내로라하는 수많은 스타 캡틴이 거쳐 갔다. 비록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에는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꽃미남 외모의 잉글랜드 데이빗 베컴(AC밀란)이 첫 손에 꼽힌다. 아르헨티나와의 98프랑스월드컵 16강전에서 디에고 시메오네(현 아르헨티나 산 로렌소 감독)에게 치명적인 파울을 해 퇴장 당했던 베컴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무대에서 주장으로 필드를 누벼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1990이탈리아 대회에서 38세의 나이로 카메룬의 깜짝 8강을 일궈낸 전설적인 공격수 로저 밀러나 파울로 말디니, 네덜란드의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요한 크루이프, 전성기 시절 독일 대표팀에서 7년 가까이 완장을 찼던 로타르 마테우스, 프랑스 아트 사커를 완성시킨 주역 지네딘 지단에 대한 추억도 강렬하다.

한국에는 ‘영원한 주장’ 홍명보(현 올림픽대표팀 감독)가 있었다. 스페인과의 2002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작성한 뒤 두 팔을 활짝 펼친 채 환한 미소를 짓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모습은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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