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성민.
13일 재회한 임성민은 영화 ‘내사랑 내곁에’로 만난 지난해 10월 인터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솔직한 답변은 변함 없었지만 굳은 얼굴로 ‘연기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금세 눈이 붉어졌다.
임성민은 제대로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던 지난 일주일을 회상하며,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설명했다.
“오늘로 일주일 정도 흘렀던가. 논란 직후 3일을 집에서 그냥 누워만 있었다. 머리 자체가 정지한 듯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떤 의욕도 힘도 없었지만, 실제로 눈이 안보여 외출을 할 수 없었다. TV를 봐도 여러 개로 보이는 등 이상 증상이 느껴졌다. 스트레스로 이런 문제가 올 수 있다고 하더라. 다행이 사흘이 지나자 눈은 조금씩 좋아졌다. 어제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4시간 동안 홀로 산을 올랐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인터넷에서 세찬 논란을 겪은 직후, 어버이날이 있었다.
“창피해서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어버이날이었지 않나. 부모님 얼굴을 도저히 못 뵙겠더라. 몰래 식탁에다 카네이션만 두 송이 놔두고 문자만 남기고 돌아왔다. 너무 죄송해서...”
그녀는 지난 인터뷰에서 “엄격한 가정환경에 항상 꿈꿔온 배우의 꿈을 접고, 중간 타협점이었던 아나운서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어렵게 돌아온 길이니만큼 누구보다 연기자로 성공한 딸의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을 그녀였다.
임성민은 아나운서가 배우로 전향한 첫 번째 케이스다. 당시로는 잘 나가던 아나운서의 과감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험난함 자체였다. 2001년에 프리로 전향하며 연기자에 도전했지만 몇 년 간 MC 쪽에서는 “이제 연기하지?”, 제작 쪽에서는 “아나운서 했지?”라는 편견 사이에서 양 쪽 일을 모두 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겪었다.
지금까지 미혼인 그에게 ‘혹시 힘든 상황에 닥쳤을 때, 누군가를 만나 의지하고 싶지 않았느냐’고 결혼관을 물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데…” 간결하지만, 고뇌가 담긴 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다소 여유가 있어야 결혼이든 다른 일이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지난 10년은 나에게 웬만한 사람의 만 배 정도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항상 내 앞가림 하기에 급급했다. 결혼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갈 길이 멀었다.”
이번에도 또 한번 시련을 겪고 있는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동료 선후배와 제작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 정진영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떤 때는 화가 난다”며 “비난보다 격려를 해준다면 어떨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연기자”라는 말로 시청자에게 참을성을 부탁했고, 이병훈 감독은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같은 연기를 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임성민은 “제 편에 서서 이야기해 주시고, 따뜻하게 감싸준 동료 선후배와 제작진이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아직 갈 길이 멀고 초반이니 과정을 더 지켜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지금은 그것을 바라보고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또 다시 스스로를 일으키며 의욕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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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