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오늘, 배우 우연정(사진)이 자신의 세살배기 딸 민들레 양이 사라져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민 양은 우연정의 외동딸이었다.
공교롭게도 우연정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현 가사도우미) 김 모 씨는 오후 3시께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당시 김 씨는 이웃에게 “급히 돈 쓸 일이 있다”며 2000원을 빌렸다. 경찰은 우연정의 신고를 받고 유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연정이 신고한 지 몇 시간 후 아이는 돌아왔다. 우연정이 고향인 전북 전주에 잠시 다녀올 동안 김 씨는 경기도 평택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데리고 나간 것. 그런데 이를 미리 우연정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인 이 사건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것은 우연정이 민 양을 낳기까지 겪은 남다른 아픔 때문이었다. 우연정은 1970년대 ‘섹시 심벌’로 불리며 인기를 누린 톱스타였다. 강렬한 성적 매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모았던 우연정은 1981년 영화 ‘그대 앞에 서리라’ 이후 스크린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골수암의 고통이 찾아왔고 그녀는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당시 이미 아이를 가진 채였다. 항암치료로 인해 출산은 상당한 위험을 예고했다. 하지만 우연정은 가족들의 반대를 이기고 민 양을 낳았고 이는 기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우연정은 이처럼 강한 모성으로 자신의 병을 이기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리고 그 아이는 성장해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녀가 바로 MBC 일일극 ‘황금물고기’에 모습을 내비친 ‘윤은영’이라는 예명의 연기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