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 다양한 패러디, 게임시장 대세가 보인다

입력 2011-03-08 17: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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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유명세 반영부터 세태 비판까지
패러디(Parody). 언젠가부터 대중들에게 굉장히 익숙해진 단어이다. 본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기법이나 작품'을 뜻하는 패러디는 영화나 소설 같은 작품들이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적인 면에서도 두루두루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패러디라는 말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총알탄 사나이', '못말리는 람보' 같은 패러디 영화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영화들을 통해 대중들은 다양한 작품을 엉뚱하게 비트는 패러디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드라마, 영화의 유명 대사가 일상 생활에서 널리 쓰이기도 하며, 이를 조금씩 비틀어서 이중적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특정 정치인이 한 발언이 마치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특히, 문화 소비자의 역할에 그쳤던 대중들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2차 창작물을 인터넷을 통해 게시하고 타인과 공유하면서, 이러한 패러디 열풍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취미에 비해 명대사, 이슈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패러디물의 수는 그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게이머들의 다수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한 가지라도 건수가 생긴다면 순식간에 패러디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퍼져나가는 속도 또한 대단히 빠른 편이다.

국내 게이머들이 패러디로 가장 많이 다룬 대상은 단연 프로게이머들이다. 경기 중 나온 명장면을 편집해서 이들 두고두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선수 그 자체가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특정 게이머가 현재 리그에서 처한 상황과 흡사한 분위기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찾아, 그 장면에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삽입해 이른바 '싱크로'를 맞추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폭풍저그'로 유명한 홍진호가 이러한 패러디의 가장 대표적인 '소스 제공자'라 할 수 있다. 홍진호 본인이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게이머들의 패러디 덕분에 홍진호의 캐릭터가 인터넷 상에서는 자리잡았을 정도이다. 이 외에도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용개'라는 일반 게이머 역시 만화, 동영상, 사진 등을 통해 다양하게 패러디 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해, e스포츠계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된 전직 프로게이머 마재윤의 패러디에서는 게이머들의 날카로운 시선도 확인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지난 2009년에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 등장하는 검 '프로스트 모운'을 마재윤에게 선물했다는 점을 착안해, '프로스트 모운'에 이성을 잃게 된 와우의 캐릭터 '아서스'처럼, 마재윤도 '프로스트 모운'의 모형에 이성을 잃고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는 내용의 패러디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인기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패러디하는 것이 아닌, 패러디 때문에 해당 게임이 큰 인기를 얻게 된 다소 특이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해에 '간디 열풍'을 몰고 왔던 문명 5가 이런 패러디의 수혜자이다.

게이머들은 문명 5에 등장하는 곡물과 다이아몬드를 바꾸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핵공격까지 감행하는 '간디'를 패러디로 다루기 시작했다. 작년에 인터넷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을 주면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대사가 바로 이 문명 5에서 비롯된 패러디이다.

또한 비폭력주의자 간디를 'Be 폭력주의자 간디', '패왕 간디' 등으로 패러디 한 다양한 패러디 물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수 유희열을 두고 '유희열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패러디까지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명 5 패러디 열풍 덕분에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도 문명 5라는 게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됐다. 문명 5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11일에 국내에 뒤늦게나마 정식으로 발매됐으며, 패키지 게임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판매량을 올리며 패러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근에는 세태를 반영하는 패러디도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폭력성을 파악한다며 무리한 실험을 강행하고, 이를 보도에 반영한 MBC 뉴스데스크의 소위 '폭력성 실험'이 이러한 패러디의 대상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모여있는 PC방의 전원을 갑자기 내리자, 이에 게이머들이 불쾌한 반응이 보이는 모습을 마치 게임의 폭력성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식의 결론을 내린 이 보도에 대해 게이머들은 격하게 반발하며, 다양한 패러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장기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장기판을 엎어보겠다", "육식의 폭력성을 파악하기 위해 고기집의 불판을 다 엎어보겠다", "샤워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한창 머리를 감고 있는 사람의 집에 수도를 끊어보겠다" 등의 패러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례적으로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해당 건을 패러디하며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오호츠크해 특집 1부'에서 맴버들이 만들어 놓은 이글루를 망가트리는 장면에 '맴버들의 폭력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글루를 부숴봤다"는 자막으로 이를 비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KBS의 개그콘서트 역시 '미술의 폭력성을 파악하기 위해 과제 중인 미대생의 그림을 찢어버리는' 내용의 코너를 방송하며 많은 이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패러디가 자주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게임 패러디는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세태 풍자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한다"며, "게이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게임 패러디에서 이러한 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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