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산업에 비해 높은 수치, 해외에서도 사례 없어
지난 16일 여성가족부가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기금'을 게임업계에서 원천징수 하겠다고 밝히며 이에 따른 업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게임업계가 이번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이토록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취지와 목적성에는 공감하지만 기금 조성을 위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고, 그 근거와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연 여성가족부의 이번 기금 조성은 다른 산업군에서 현재 조성되고 있는 기금 상황 및 해외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는지 조사해봤다.
우선 여성가족부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조성해야 한다고 공개한 기금의 규모는 현 게임 산업의 매출의 6% 혹은 순수익의 10% 정도로, 이는 최소 2천억원에서 최대 4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2010 게임 산업백서 매출 및 순수익 기준).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것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방송 사업자가 광고매출액의 6% 범위에서 내야 하는 분담금이다(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사업자별 징수율을 고시하는데 지난해 징수율은 MBC와 SBS가 광고매출액의 4.75%, KBS EBS는 3.17%, 지역 MBC와 민방은 3%, 라디오는 2.5%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3사 매출(TV/라디오 합산)은 KBS 5,858억원, MBC 8,213억원, SBS 5,023억원이며, 지방 방송사를 포함한 연평균 매출액은 액 1,50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매출은 엔씨소프트가 6,497억원, 네오위즈게임즈 4,267억원, NHN 한게임 4,223억원 등이다. 이처럼 방송사들과 게임사들은 연 매출 규모에서는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위권 게임사들의 매출을 단순 비교한 수치이며, 전체 게임사와 방송사를 비교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는 국내의 대표 중견 게임사의 상황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약 10년 이상의 서비스를 해온 3개의 게임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위메이드 876억원, 엠게임 495억원, 한빛소프트가 345억원이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중견 게임사들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보다 규모가 더 작은 개발사들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처럼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게임 중독 예방 기금은 해당 기업들의 상위권 매출 수준만 비슷할 뿐 징수목적, 사용용도, 유해성 경감을 목표로 하지 않는 등 목적과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방송 사업은 정부의 권리설정(방송법상 사업인허가)에 의하여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업권 부여라는 일종의 특혜에 대한 대가적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금설치 및 재원조달방안과 비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인터넷) 중독'의 책임과 이에 대한 '치료' 등과 유사한 목적으로 부가되고 있는 기금과 부담금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현재 집행되고 있는 다섯 가지의 기금&부담금에 대해 조사해봤다.
우선 담배사업자의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3종류의 세금(담배소비세 641원, 교육세 320.5원, 부가가치세 227.27원)과 2종류의 부담금(폐기물부담금 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354원)을 합해 총 1549.77원이 부과되고 있다.
때문에 한 갑의 담배에서 모아지는 부담금은 약 14% 정도지만,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에서 흡연 중독 및 치료로 사용되는 부분은 극히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조사되었으며, 그 중 200억 정도(1.1%)만이 금연, 치료 등을 위해 사용됐다.
또한 항공기 소유자의 '소음부담금'이 있다. 소음부담금은 국토해양부장관이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된 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의 소유자등에게 착륙료(공항에 착륙하기 위하여 항공사가 공항운영자에게 내는 사용료)의 15%에서 30%에 해당하는 금액(항공기의 소음등급에 따라 나뉨)을 소음부담금으로 부과, 징수할 수 있는 내용이다(공항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
하지만 소음부담금은 항공사의 매출이나 수익이 아니라 사용료에 해당하는 착륙료의 일정비율을 기준으로 징수되고 있는데,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사에 부과하는 착륙료는 약 6백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항공사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사업자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부담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부담금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에 관한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사업자에게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특정시점의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비용을 일정산식으로 계산한 부담금을 부과, 징수하는 내용이다(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15조).
하지만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은 매년 일정한 금액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행되는 사업의 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사들의 연매출 일정부분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카지노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카지노사업자는 연간 총매출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총매출액의 1%, 연간 총매출액이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1천만원+총매출액 중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 연간 총매출액이 1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4억6천만원+총매출액 중 1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납부해야 한다(관광진흥법 제30조).
하지만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관광 사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키고 관광을 통한 외화수입의 증대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관광진흥개발기금법 제1조, 제5조)에서 '인터넷 중독을 위한 기금'과 성격이 다르고, 카지노사업은 정부의 권리설정(카지노업허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가적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기금'과 비교하기에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주목해 볼만한 것은 사행성 산업에서 조성되고 있는 자금이다. 현재 스포츠토토 및 카지노 같은 사행산업에서 조성되고 있는 '국민체육기금'조차 국내 매출액의 0.2%를 기금으로 내고 있어, 게임산업에서 조성하고자 하는 매출의 6% 혹은 순이익의 10%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성가족부가 주장하고 있는 '인터넷 중독을 위한 기금'은 다른 산업군에서 조성되고 있는 각종 부담금과 목적, 성격 등의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만 조성 방법 및 금액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해외에서 게임의 치료를 위해 국가에서 강제로 기금을 조성하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치료센터 및 재활 프로그램 등을 신설하는 경우는 존재하지만, 게임중독 책임을 게임사로 전가해 세금 부가하거나 혹은 기금을 조성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게임 중독의 책임이 일정 부분 가족 및 피해 대상자에게 있다고 판단한 유럽의 일부 국가 및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가족 대화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는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에서 강제적으로 기금 및 세금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는 '사행성 산업'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규모 역시 2% 정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이라는 것은 사업에 비례해야 하기 때문에 기금이 실제 시행할 사업의 내용을 분석해 비용추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 토론회에서 거론된 기금의 사업 및 집행비용은 현실을 가만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업계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만약 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업계의 전문가와 현실을 반영한 수준으로 재조정되는 것은 필수적이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게임의 중독 및 치료를 목적으로 기금이 조성된다면 그 기금의 사용 목적은 게임 중독 및 치료에 한정되어야 한다. 만약 기금의 설립 목적과 사용용도가 관련 범위를 넘어선다면 다른 산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부담금'을 납부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금의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하고 이를 사전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경 게임동아 기자 (neoncp@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