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한국영화라 하면 ‘한국의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영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국 자본과 연출자가 참여해 일본 배우들이 연기한 사무라이 이야기는 미국 영화일까, 일본 영화일까.
1996년 오늘, 일본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군 마에다’가 서울 국도극장과 신촌 영타운 극장에서 개봉했다. 17세기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세력의 다툼을 그린 이야기로 쇼 고스키 등이 주연했다. 한 마디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그린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의 블루라이지 유니버설이 제작하고 고든 헤슬러 감독이 연출했다. 이 때문에 ‘장군 마에다’는 1993년 미국영화로 받아들여져 공연윤리위원회의 수입심의를 통과한 상황이었다. 이후 1995년 국내 본격 개봉을 예고하자, 국내 시민단체와 영화계는 실질적인 일본영화라며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준비 없는 개방의 시작’이라며 크게 반발했고 결국 개봉하지 못했다.
95년 9월 다시 개봉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95년 초 역시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가정교사’가 개봉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고 급기야 공연윤리위원장이 심의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논란 끝에 ‘장군 마에다’는 1996년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쏟아졌다. 개봉 하루 전 국도극장에는 “영화를 상영하면 극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결국 ‘장군 마에다’는 2주 만에 간판을 내렸다. 그러나 조기 종영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치열한 논란 때문이 아니었다. 관객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탓이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