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SK 윤희상, ‘이만수의 작품…8년만에 첫승 꽂다’

입력 2011-09-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윤희상이 7일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볼을 뿌리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목동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강속구 앞세워 5.1이닝 무실점 감격

SK 연패 끊고 3위 KIA 1.5G차 추격

“아직 얼떨떨…이 악물고 던지겠다”
매미는 한여름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10년 안팎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낸다. 땅속에서 흙을 먹으며 자라서 매미가 되면 하늘 속에서 먹이를 먹는다.

SK 투수 윤희상(26)이 매미처럼 기나긴 무명생활 끝에 비로소 우렁찬 첫 울음을 터뜨렸다. 2004년 SK 유니폼을 입은 뒤 8년째에 천신만고 끝에 데뷔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입단할 때만 해도 유망주였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는 그를 SK는 2차 1순위로 지명했다. 경남상고 출신의 정우람을 2차 2순위로 지명한 데서 보듯, SK는 그를 주목했다. 193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첫해인 2004년 1군에 올라와 11경기에 등판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9월 1일 잠실 두산전에서 패전만 떠안았다. 그리고 2005년에도 1군에서는 3경기에 등판해 2패를 추가했다. 하드웨어가 좋고, 투구폼이 유연하고, 공은 빨랐지만 컨트롤이 들쑥날쑥했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부족하다는 게 SK의 평가였다.

그런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2005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받았다. 이어진 공익근무 생활. 그는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다시 공을 잡았지만 시간은 많이 흘렀다. 동기인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으면서 잘 나가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어깨가 좋지 않아 2군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어쩌다 1군에 올라와도 곧바로 2군행 통보를 받기 일쑤. 그런데 올 시즌 2군에서 잠재력이 꽃피기 시작했다. 완봉승도 따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2군감독 시절 눈여겨본 윤희상을 불렀다. 2군 시절 ‘이희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이 감독대행이 아끼던 숨은 보물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8월 25일 윤희상을 1군에 불러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윤희상은 이 감독대행에게 크나큰 보은의 선물을 안겼다.

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3위인 KIA에 1.5게임차로 따라붙으면서 5위인 LG를 5.5게임차로 밀어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값진 승리였다.

2004년 데뷔 후 8년 만에 처음 승리투수가 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쓴 윤희상은 경기 후 “한편으론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면서 “데뷔 첫 승리볼을 박희수 선배가 챙겨줬다. 이만수 감독님, 최일언 투수코치님, 김상진 투수코치님, 동료 선후배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남은 기간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윤희상에게는 잊지 못할 2011년의 초가을 밤, 매미처럼 목놓아 울어도 좋을 날이었다.

목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