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마침표 찍는 사나이, 엄정욱

입력 2011-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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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엄정욱. 스포츠동아DB

공 많이 던지면 손가락 살갗 벗겨져
보직 전환 후 11경기서 단 1실점뿐
삼성전 시즌 6S…PS도 소방수 콜!


3일 SK전은 삼성의 홈 최종전이었다. 마무리 오승환의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도 걸려 있었다. 시즌 19번째 만원관중 앞에서, 그래서 더 승리가 절실했다.

그러나 오히려 2위 싸움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을 비운 SK 타선이 더 가볍게 움직였다. 1회부터 선두타자 정근우가 삼성 선발 차우찬의 초구 144km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어 3회 최정의 적시타, 4회 박정권의 2점홈런이 이어졌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맞춰 등판한 SK 선발 김광현은 당초 예정보다 더 길게 4이닝을 소화했다. 탈삼진 7개로 구위가 워낙 좋았다. 그러나 김광현 다음에 나온 제2선발 후보 고든은 불안했다. 최형우, 채상병에게 홈런을 맞고 1점차까지 쫓겼다. 위기의 순간,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정우람∼엄정욱의 필승 계투진을 가동했다. 1이닝 무실점의 정우람에 이어 8회 2사서 등판한 엄정욱은 이만수 체제 이후 SK의 ‘발견’이었다.

원래 선발요원이지만 공을 많이 던지면 손가락 살갗이 벗겨지는 증상 탓에 부득이하게 돌아선 마무리에서 ‘대박’이 터졌다. 3일 삼성전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1점차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6세이브에 성공했다. 지난달 8일 문학 롯데전에서 처음 마무리로 투입된 이후 11차례 불펜으로 투입돼 10번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실점한 경기는 단 1게임.

엄정욱이 마무리로 돌아서며 SK 불펜은 좌완 정우람∼박희수, 잠수함 정대현으로 옵션 다변화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세이브를 시키다가 점점 급박한 상황 투입이 잦아지는데도 제몫을 해주고 있다. 다가올 포스트시즌은 물론 내년 시즌에도 마무리로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타고난 스피드에 제구력까지 좋고, 우려했던 것보다 담력도 빼어나다. 특히 워낙 공을 세게 쥐기 때문에 많은 이닝을 던지기에는 손가락 피부에 부담이 가는 만큼 마무리가 적격이다.

정작 엄정욱 본인은 마무리 보직에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린 성격이라 애써 던진 선발투수의 승리를 못 지켜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정욱은 3일 삼성전 세이브 직후 “큰 경기를 앞두고 모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엄정욱의 세이브로 SK는 삼성전을 8승1무10패로 마무리지었다. 열세였지만 최종전에서 이겨 자존심을 챙겼고, 삼성 오승환의 기록을 저지했다는 의미를 지닌 한판이었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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