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첫 우승’ 나상욱, 이 순간 위해 210번 울었다

입력 2011-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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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욱, 7년만에 PGA 첫 우승 하기까지

초중고 美그린 100번 이상 우승한 우즈급 골프신동
PGA 데뷔후 부상·불운에 정상 문턱서 번번이 좌절
210전 211기 감격 첫승…“백혈병 아버지께 바친다”


재미동포 케빈 나(27·한국명 나상욱)가 미 PGA 투어 211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7년을 기다려온 감격의 우승이다. 케빈 나는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서머린TPC(파71·7223야드에서 열린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칠드런 호스피털(총상금 44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23언더파 261타로 닉 와트니(미국·21언더파 263타)를 2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투어 데뷔 7년 만에 이뤄낸 값진 우승. 우승상금 79만 2000달러(한화 약 9억3000만원)를 받아 상금랭킹 71위로 뛰었다.

● 전미 랭킹 1위 출신 유망주

케빈 나는 주니어 시절 전미 랭킹 1위에 올랐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1983년 9월15일 서울에서 태어나 8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민을 했다. 9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케빈 나는 고교 졸업 때까지 각종 주니어 무대를 휩쓸며 ‘골프신동’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의 주니어 시절 활약은 타이거 우즈급이다. 초중고 시절에만 어림잡아 100번 이상 우승을 차지한 뒤 2001년 6월 프로로 전향했다.


● 프로 전향 후 성인무대서도 가능성 확인

2001년 프로로 전향한 케빈 나는 각종 대회에서 초청장이 쇄도하는 등 주목을 끌었다. 당시 한국오픈에도 초청선수로 출전했고, 49년 역사를 자랑하던 뷰익오픈에는 최연소 출전했다. 그는 또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로 유명한 부치 하먼의 지도를 받았다. 당시 PGA투어에서도 정상급 선수들만 지도했던 하먼이 신인인 케빈 나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 자체가 화제였다. 프로 데뷔 이듬해인 2002년 7월 지역 골프대회인 롱비치오픈(PGA 2부 투어격)에서 우승했고, 12월에는 아시안투어 볼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예비스타다운 모습을 보였다.

꿈에 그리던 PGA투어는 2004년 입성했다. 2002년 아시안투어 신인왕에 오른 뒤 12월 PGA Q스쿨에 도전해 21위로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계) 선수로는 최경주(1999년)에 이어 두 번째 PGA 멤버가 됐다. 당시 나이 20세.


● 우승컵 투병중인 아버지에게

Q스쿨 통과 이후 PGA 예비스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때만 해도 당장 PGA 무대에서 연 1∼2승은 차지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PGA 벽은 높았다. 될 듯 될 듯 하던 우승은 한해, 두해를 지나면서 6년을 보냈다.

우승 기회는 많았다. 2005년 FBR오픈 준우승, 같은 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는 연장까지 갔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6년에는 설상가상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2005년 상금랭킹 67위에서 2006년 205위까지 떨어졌다. 부상으로 11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2008년까지 부진했던 케빈 나는 2009년 상금랭킹 26위로 끌어올리면서 다시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 갔다. 지난 해에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했다.

올 초 기세가 좋았다.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3위로 끝냈다. 특히 대회 중 아버지 나용훈 씨가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우승을 기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케빈 나 역시 “한국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데뷔 7년, 211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계) 선수로 최경주, 앤서니 김, 양용은에 이어 4번째 PGA 우승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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