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는 펫’의 주인공 장근석. 연상의 커리어우먼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에서 장근석은 귀여운 연하남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스물두 살엔 마초 같은 연기
이번엔 오글거리는 펫 변신
나는 늘 같은 자리였는데
변한 건 대중의 시선…
26일 日 도쿄돔 콘서트
‘사랑비’ 촬영도 한창
요즘 로봇처럼 살아요 ㅋㅋ
“겁 없이 막 던진 게 먹혔죠.”
“결국 로봇처럼 살고 있잖아요.”
“요즘 절실한 생각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하하하.”
장근석(24)의 입에서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발언들이 계속 나왔다. 김하늘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너는 펫’의 10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였지만 그는 “안면몰수하고 오글거리는 연기를 했다”는 촬영 뒷이야기부터 현재 일본에서 진행 중인 투어 콘서트에 대한 생각, 드라마 촬영과 학교 수업 등 ‘초인적인’ 스케줄의 근황을 다 밝혔다. 그것도 진지함과 유쾌함을 절묘하게 오가는 ‘장근석식 화법’을 통해서.
연예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활동 범위와 일정이지만 그는 “무엇을 하든, 어떤 활동을 하든 늘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여지를 남기는 편”이라며 “경험을 쌓다보면 좌회전할 때와 우회전할 때를 직감적으로 알 때가 오지 않겠느냐”고 여유를 보였다.
● 분주한 활동…“이렇게 바쁜 건 두 번째”
인터뷰가 있던 날. 장근석은 새벽 4시에 대구에서 드라마 ‘사랑비’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왔다. 그는 곧바로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에 들러 수업 출석체크를 한 뒤 인터뷰 장소인 삼청동으로 왔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바쁜 게 두 번째에요. 드라마 ‘쾌도 홍길동’이랑 영화 ‘아기와 나’ 같이 찍을 땐 매일 전국일주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다’ 하고 살죠. 그렇게 생각한 지 벌써 6개월째인 게 문제죠.”
그는 최근 2년 사이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아우르는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이와 맞물려 국내활동 폭도 늘었고, ‘오버’하는 어법과 ‘튀는’ 행동으로 가는 곳마다 시선을 집중시킨다.
“요즘의 장근석은 ‘무릎팍도사’(MBC 예능) 출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어요. 두 시간짜리 예능으로 제대로 붐업 됐죠. 대중이 저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트리든지 둘 중 하나의 결과를 예상했어요. 나락도 상관없죠. 저는 늘 작품으로 이야기해왔으니까요.”
상승세를 탄 장근석은 ‘너는 펫’으로 주위의 시선을 다시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가 아니다. 장근석은 성공한 커리어우먼(김하늘)이 키우는 강아지라는 설정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낯선 캐릭터다.
“한국에 펫(강아지) 문화가 없으니까 보는 입장에서 당연히 오글거릴 거예요. 얼마나 자신 있게 오글거리게 만드느냐가 관건이었어요. 달달하게 하고 싶었는데 완성된 영화엔 설탕이 서너 스푼 들어간 것처럼 잘 표현됐어요. 오 예!”
● “나는 늘 똑같았는데 변한 건 대중의 시선”
장근석은 트위터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소화하는 각종 행사에서, 연일 핫이슈를 만든다. 진심이든, 아니든 ‘겸손이 미덕’으로 통하는 한국 연예계에서 스스로 “아시아 프린스”라고 외치는 도발적인 언행도 멈추지 않는다.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변한 건 대중의 시선이에요. 겸손이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던 장근석이 비로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좋죠. 그런데 시선이 너무 뜨거워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하는 건 아쉬워요.”
물론 늘 평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째를 맞는 그는 “아역 출신의 공통점은 ‘아역 출신’이란 수식어를 견디지 못하고, 빨리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점”이라며 “저도 고작 스물두 살에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마초처럼 ‘베토벤 바이러스’를 택했는데 뭔가에 갇혀 있으니 ‘허세’라는 말로 때려 맞았다”며 웃었다.
● 26일 도쿄돔 공연 “엄청나게 상징적인 무대”
장근석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내년 초에는 윤석호 PD가 연출하고 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춘 멜로드라마 ‘사랑비’로 시청자와 만난다.
“도쿄돔은 모험이에요. 10월에 5회 동안 일본에서 연 아레나투어 6만석이 5분 만에 매진된 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죠. ‘나 따위가 도쿄돔에?’란 생각도 해요. 하하.”
‘사랑비’에 대해 장근석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그는 20대 남자배우는 “제의받는 시나리오가 한정적이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상황이 뻔한데도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요. 시나리오에는 35세 남자가 주인공인데, 제가 결정만 하면 나이를 낮춰준다는 제의도 있었어요. 하고 싶은 역을 말하면 그에 맞춰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제의도 있어요. 저는 좋은 시나리오에 움직이지 돈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비’의 “좋은 이야기”는 장근석의 호기심을 당겼다.
“처음 제의는 거절했는데 나중엔 주인공을 누가 맡게 될지 너무 궁금했어요. 출연을 결정하면 기계처럼 살 게 뻔해서 거절했는데, 결국 요즘 로봇처럼 살게 됐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