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혼다, 그리고 닛산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이른바 ‘일본판 빅 3’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혼다는 기술 연구에 특히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사의 정식 명칭까지 ‘혼다기연공업’, 즉 혼다기술연구소일 정도다. 경쟁사인 토요타나 닛산에 비해 마케팅 쪽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만큼은 타사를 압도한다.
이러한 ‘기술의 혼다’가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이했다. 11월 9일, 혼다코리아는 설립 10주년 기념하며 혼다를 대표하는 컴팩트 세단 ‘시빅(CIVIC)’의 9세대 모델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8세대 시빅을 2006년에 한국에 출시한 이후 5년 만이다. 9세대 시빅은 출력과 연비가 개선되었음은 물론, 실내 공간과 안전장치 면에서도 이전모델보다 향상되었다.
9세대 시빅, 가격은 2,690만 원부터
이날 행사에는 혼다 본사의 CEO인 이토 타카노부 사장이 참석, 혼다코리아의 10주년 및 9세대 시빅의 출시를 기념했다. 그리고 혼다코리아의 정우영 대표는 인사말에서, 혼다는 사고, 팔고, 만드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시빅 시리즈가 1972년 처음 출시된 이후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2,000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차량이라는 점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소개된 9세대 시빅은 1.8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모델 2가지(LX, EX), 그리고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 1가지 등 총 3개 모델로 한국에 출시된다. 차량 가격은 1.8 LX 모델이 2,690만 원, 1.8 EX 모델이 2,790만 원이며, 하이브리드 모델은 3,69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최근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차량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생각해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혼다코리아의 관계자가 밝혔다.
2,690만 원 정도라면 현대 쏘나타나 기아 K5 등으로 대표되는 2.0리터급 중형세단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될 가격대다. 다만 시빅은 차체의 크기만으로 보면 현대 아반떼와 같은 1.6리터급 준중형 차량과 비슷하기 때문에, 혼다의 프리미엄과 차량 크기 사이에서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상된 연비, 최신 IT 기술까지 갖춰
시빅 1.8 가솔린 모델에 탑재된 4기통 i-VTEC 엔진은 142마력 / 17.7 토크의 제원을 갖춰 출력 면에서는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연비는 리터당 14.5km로 약 9% 가량 향상되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91마력을 내는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17kW의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조합했으며, 연비는 리터당 24.7km로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9세대 시빅은 최신 IT기술에 기반한 편의 장비도 다수 도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상단 계기판 우측에 위치한 i-MID(Intelligent Multi Information Display) 정보 표시창이다. 여기에는 연비나 오디오, 각종 운행관련 경고, 시계, 월페이퍼 등의 다양한 기능이 표시되며,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운전대)의 오른쪽에 위치한 스위치로 손쉽게 i-MID의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갑작스런 방향전환 시에도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모션 어댑티브(Motion Adaptive) EPS를 탑재하고, 경량이면서 강도가 높은 고강성 스틸의 차체 사용 비율을 이전 모델에 비해 5% 높이는 등 안전성도 강화했다고 한다. 또한 차체 크기는 이전 모델과 거의 같지만 실내공간은 더 넓어져 한층 향상된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일본 자동차 업체가 한국에 진출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둔 업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스바루는 판매량이 극히 저조한 상태이며, 미쓰비시 같은 경우는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했다. 토요타와 혼다 정도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수준이다. 혼다의 경우 2008년에 어코드가 월 1,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한때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현재는 혼다코리아 전 차종의 한달 판매량을 합쳐도 200~3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일본 대지진과 태국 대홍수로 인한 생산 시설 피해 같은 외부요인도 있지만, 이보다는 혼다만의 프리미엄이 퇴색한 데 따르는 경쟁력 저하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즈음 출시된 혼다 차량들은 엔진 출력, 연비, 편의 및 안전장치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동급의 국산 차량을 능가하는 수준을 자랑했다. 게다가 수입차 프리미엄도 여전했기 때문에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산차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혼다를 비롯한 일본차량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일본차 역시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발전 정도가 국산차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재는 출력이나 연비 같은 이른바 ‘카탈로그 스펙’만으로는 현대차와 혼다차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물론 자동차 사업을 추진한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면까지 살펴보고 직접 운행을 해 보면, 여전히 전반적인 노하우 면에서 아직까지는 혼다가 국내 제조사보다 앞서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따라 잡힐지 모를 노릇이다. 엔고 현상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여 9세대 시빅을 출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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