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왼쪽)과 루이스 크루즈. 동아닷컴
LA 다저스의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29). 그는 한국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류현진(26)의 ‘절친’으로 최근 유명세를 얻고 있다.
크루즈는 스마트폰 번역 프로그램으로 류현진과 대화를 시도할 정도로 류현진의 미국생활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서 화제를 모았다.
류현진과 가깝게 지내게 된 계기를 묻자 크루즈는 이렇게 답했다.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낯선 환경과 언어 때문에 고생했다. 류현진을 보면 그 때가 생각난다.”
한창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류현진과 크루즈. 그러나 이 둘은 애초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18일(한국시간) 다저스 스프링캠프 라커룸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만난 크루즈는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게된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멕시코 출신인 크루즈는 지난 2000년 8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며 프로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9월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만큼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2009 시즌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4월 중순 경 또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며 그 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시간은 고작 27경기에 불과했다.
2010년 밀워키로 트레이드 됐지만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2011년 다시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겼지만 그 곳에서도 빅리그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크루즈는 “2011 시즌이 끝난 뒤 일본프로야구에서 연락이 왔다. 거의 계약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에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했다. 그 때 만약 일본으로 갔다면 지금 이렇게 류현진 같은 훌륭한 선수와 한 팀에서 뛰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2012년 다저스 산하 트리플 A 에서 시즌을 시작한 크루즈는 같은 해 7월 2일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당시 다저스의 유격수 디 고든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 하지만 임시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크루즈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다음 날 2루타를 치고 나가 홈스틸을 성공시킨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인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를 상대로 자신의 빅리그 첫 홈런을 기록하기도. 결국 크루즈는 빅리그 잔류에 성공하며 총 78경기에 나서 타율 0.297 6홈런 40타점의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오랜 시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조명을 받기 시작한 그의 인간 승리에 다저스 팬들도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가 홈경기 타석에 들어서면 팬들은 그의 이름을 길게 연호하며 성원을 보냈다. 다저스 구단도 크루즈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크루즈는 “구단에서 오프시즌 동안 훌륭한 선수를 많이 영입해 줬다. 우리 팀 전력은 막강하다. 올해는 류현진과 함께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