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아마추어로 돌아간 하석주, 영글어가는 꿈

입력 2015-03-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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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지만 보람도 많았던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 생활을 마치고 모교인 수원 아주대 축구부 감독으로 돌아간 하석주 감독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전남에서 아름다운 대물림으로 박수칠 때 떠난 하석주
모교 아주대 지휘봉을 잡고 당당한 도전 시작
3월 A매치부터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활동 예정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에서 보낸 2년 반의 시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결말은 아름다웠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스플릿시스템 라운드 진입의 마지노선인 6강을 목전에 뒀다. 정규리그 막바지, 오심에 가까운 심판 판정으로 손해를 보며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충분히 당당할 수 있었다. 전남은 나름 성공적인 스토리를 쓴 그에게 계약연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모두가 박수칠 때 이별을 택했다.

미련 없이 프로를 떠나 모교인 수원 아주대학교 축구부를 맡아 아마추어 지도자로 돌아간 하석주(47) 감독 이야기다. 그는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인 아내와 아빠와의 시간을 필요로 한 아이들 곁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헤어짐의 과정도 신선했다. 하 감독은 성심성의껏 자신을 도운 노상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물려줬다. 아름다운 대물림이었다. 냉혹하고 잔인한 승부의 세계, 그것도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타의가 아닌 자의로 최고의 위치에서 물러나는 장면은 보기 드물다. 더욱이 후계자까지 직접 정했고, 구단도 선뜻 이를 받아들였으니 축구계가 각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아주대와 수원 경희대의 ‘2015 카페베네 U리그(대학축구리그)’ 5권역 2차전이 열린 20일 수원 아주대 캠퍼스 내 인조잔디구장에서 만난 하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전남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항상 새까맣던 그 때에 비해 얼굴은 상당히 평온해 보였다.

사실 하 감독의 아주대행은 ‘유턴(U-턴)’이었다. 포항 스틸러스~경남FC~전남에서 코치 시절을 보내고 2011년 아주대에 부임해 전남으로 떠날 때까지 대학에서 제자들을 이끌었다. 다만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없었던 인조잔디구장 2면이 새롭게 깔렸다. 맨땅 운동장에서 공식 경기를 치를 수 없어 이곳저곳 잔디를 찾아 주변 지역으로 떠돌이 생활을 했던 그 시절과는 천양지차였다. 하 감독은 “처음 전남으로 떠났을 때 주변에선 내가 길어야 1년 반이면 (아주대로) 돌아온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마 우리의 강등을 예상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다시 오니 기분이 좋다. 전남을 이끌며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멋지게 성공한 뒤 기회가 닿으면 연령별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등을 이끌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아주대 선수들 사이에서 하 감독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한다. 경남 양산에서 1차 동계훈련을 마친 지난 2월 통영에서 열린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32강에서 충격의 탈락을 한 뒤 하 감독은 그야말로 혹독하게 제자들을 조련했다. 대회 직후 휴가를 주는 대신, 곧장 경남 부곡에서 2차 훈련을 진행했다. 1주일 남짓한 기간이었어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하루 4차례 ‘뺑뺑이’에 선수들은 바짝 긴장했다.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래서일까. 모든 대학들이 꿈꾸는 U리그에서의 초반 행보도 나쁘지 않다. 원정으로 가진 한양대와의 권역예선 1차전에서 4-1로 이기더니 이날 경희대전에서도 앞선 경기력을 과시하며 1-1로 비겼다. 재학생들과 대학 관계자, 동문들의 큰 환호와 함성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빈 제자들을 바라본 하 감독은 “아마추어의 순수함과 정직한 땀이 주는 힘을 믿는다”며 밝게 웃었다. 하 감독은 다가올 국가대표팀의 A매치부터 스포츠동아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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