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랄라스윗, ‘나의 계절’이 ‘우리의 계절’이 되기까지

입력 2015-11-18 0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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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됐구나 싶어요. 활동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한 것 같아요. 곡을 쓸 때면 죄인의 심정을 가져요. ‘얼른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죠. 비활동 기간에는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나요. 녹음에는 고작 2주가 걸렸지만 노래 만들 때는 시간이 꽤 걸렸죠. 막상 곡이 나오면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 못할 정도로 기뻐요.”

여성듀오 랄라스윗(김현아, 박별)이 사계절을 담은 미니앨범 ‘계절의 공(空)’을 발매했다. 4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일명 ‘사계절 콘셉트’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을 듬뿍 담았다.

“정규앨범은 ‘아티스트의 발자국’이라고 할 수 있다면 미니앨범은 쉬어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랄라스윗만의 색이 묻어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부러 계절을 나눠서 쓴 건 아니에요. 곡을 고르다보니 자연스레 사계절이 잘 묻어났죠. 사실 우리 곡에는 기본적으로 계절 이야기가 많은 편이에요.” (박별)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이번 앨범에서 여름을 뜻한다. 여름의 뜨거움, 불꽃놀이의 화려함, 사랑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담았다. 화려하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회상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가장 공을 들였다.

“가사 수정을 굉장히 많이 한 곡이에요. 공을 들여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가장 좋은 곡을 꼽기란 쉽지 않아요. 모든 곡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서 그렇겠죠. 이번 4곡은 25%씩 애정이 느껴져요. 우리끼리도 ‘이번 앨범 다 좋지 않아? 어떻게 네 곡이 다 좋지?’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요.” (현아)

이번 앨범에서 ‘겨울’을 의미하는 ‘신시아’는 랄라스윗에게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택한 리메이크 곡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애초 콘셉트 자체가 ‘정규앨범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평소 좋아했던 원곡 ‘신시아’를 골랐어요. 원곡을 부른 일본가수 하라다 토모요(harada tomoyo)의 목소리가 현아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스웨덴 곡이더라고요. (웃음)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우리가 부른 것이 가장 유명해졌으면 해요.” (박별)

그들의 음악세계는 그룹명처럼 ‘랄라’하고 ‘스윗’하지만은 않다. 모든 곡에는 청춘, 사랑, 이별, 희망 등 그들의 진짜 삶이 녹아있다. 랄라스윗의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일기장 같은 노래라는 의견에 동의해요. 실제 일기장이나 메모장에 적어 둔 걸 확대시켜 쓴 곡이 많거든요.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노래가 좋은 노래 같아요. 그래서 절대 간접 체험으로 곡을 쓰지 않아요. 경험이 아니고서는 100% 이입하기 힘드니까요. 직접적인 모티브는 스스로의 경험이죠. 어떻게든 내가 느낀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현아)

이렇듯 랄라스윗의 경험은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평소 어떤 이미지를 보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메모장에 적어둔다. 더 좋은 가사를 위해 사전과 신문 기사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직접 비교하는 일이 그들의 일상 중 하나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데 가사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작렬한다’, ‘굉음’ 같은 단어들을 꼽을 수 있죠. 그런 단어들이 서정적 멜로디랑 만났을 때 연출되는 느낌이 독특해요. 랄라스윗의 가장 큰 강점은 우리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외부의 곡을 받아서까지 노래할 필요는 못 느껴요. 물론 노래 이외의 제작과정도 즐기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박별)


물론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부르는 가수에게 대중의 평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랄라스윗은 대중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듣고 반응을 보일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라 표현했다.

“아무래도 가사가 좋다는 말이 제일 좋아요. 달라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좋고요. 우리가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 그대로 전달돼 공감해 주실 때 가장 기뻐요. 사실 2집 때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사랑, 인생, 가족 등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여러 시각으로 보려 노력했어요. 너무 뻔한 표현이지만 ‘딱 너희 노래 같아’라는 말도 참 좋아요.” (현아)

이러한 랄라스윗에게는 일명 흑역사도 존재한다. 2008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을 받기에 앞서 학창시절 ‘발광 다이오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들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항상 얘기하는 대표적인 공연이 있어요. 해산물 뷔페, 동사무소 지하 그리고 바람 많이 부는 쇼핑몰 앞 공연이죠. 바람 때문에 마이크 스탠드가 고정이 되지 않아 거의 마이크를 입으로 물다시피 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는 무대만 서도 좋았을 때여서 공연비를 받지 못한 것도 수두룩해요. 야외공연의 역경은 불가피하다 생각하는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해요.” (박별)

랄라스윗에게는 의외의 매력도 존재한다. 2012년 봄부터 시작된 팟캐스트 ‘랄라디오’는 기존 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귀담아 듣는 콘텐츠가 됐다. 매회 홍대 맛집, 인도특집, 생존보고 등 다양한 주제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조회 수가 100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들어주셔요. 우리가 녹음하고 우리가 들을 정도로 재밌어요. 하다 보니 ‘무한도전’처럼 매회 특집처럼 느껴졌어요. 방송을 듣고 ‘그럼 대체 누가 노래 하냐’고 반응하는 분도 있어요. (웃음) 사실 둘 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삼시세끼’에 나가보고 싶어요.” (현아)

현재 랄라스윗은 홍대 ‘스튜디오 THE PARK’에서 소극장 콘서트 ‘나의 계절’을 진행 중이다. ‘나의 세계’, ‘우리의 세계’ 등 ‘세계시리즈’를 이어온 그들은 새로운 콘셉트로 팬들과 만난다.

“‘나의 세계’가 좋다는 평이 있고 우리 스스로도 너무 좋은 공연으로 기억해요. ‘나의~’로 랄라스윗만의 소규모 브랜드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죠. 이번은 ‘나의 계절’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준비했어요. 3주 동안 진행되는데 매번 콘셉트가 달라요. 쇼케이스, 공개방송 등 재밌는 콘셉트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20대 여성 팬이 많은데 과거의 나를 보는 느낌이에요. 매번 오시는 분들이 오셔서 이젠 친해진 느낌도 들어요.” (박별)

사실 1집 발매 당시 랄라스윗은 소속사로부터 ‘가볍고 쉬운 노래’를 주문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그들의 음악세계를 구축했고 본연의 색을 위해 지금까지 내달렸다. 그들은 최근 ‘음악 안했으면 어쩔 뻔 했냐’는 리뷰를 보고 많은 힘과 용기를 얻었다. ‘랄라스윗’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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