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 주민 합창단.
10월 25일 개그맨 유기정의 사회로 진행된 콘서트에서 가수 장미화와 삼태기의 전 멤버인 가수 김한만, 걸그룹 힌트와 버블엑스가 출연해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포크레인 기사, 전력회사 직원, 보건소 직원, 농부, 가정주부 등 초등학생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로 구성된 31명의 ‘백령 주민 합창단’은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아름다운 나라’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관객들과 합창해 감동을 안겼다.
특히, 이날 특별 초대된 프로골퍼 김주연이 통일을 염원하며 날린 시타구가 흰 연막을 뿜으며 시원하게 날아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주연 프로는 2005년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미국 LPGA US오픈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밖에 서도소리 명창 김장순은 ‘뱃노래’로, 성악가 박지영 교수는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관객을 몰입시켰다.
걸그룹 힌트.
이번 공연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통일이 그리워’ ‘청호동 할아버지’ 등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의 작사가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주립대 한국교육원 조재형(경희대 겸임교수) 원장이 기획했다.
조재형 원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심청이 백령도 앞바다 인당수에 몸을 던져 아버지를 구했듯, 백령 주민들과 함께 통일을 노래합시다”라고 말했다.
이 공연을 함께 준비한 조윤길 옹진군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신망의 대상으로 9급에서 시작해 3선군수를 지내는 동안 늘 긴장의 구역인 서해의 곳곳을 누비며 군민과 함께해 왔다.
조윤길 군수는 “이곳은 전 세계적인 긴장지역이지만 유례없이 극심한 가뭄에도 군과 주민모두가 황금들녘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최근 남북관계나 북한과 미국과의 경직된 분위기를 고려하면,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벌인 이번 공연은 안보를 지향하는 군수와 통일을 지향하는 교수가 합심해 만든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6월 24일에도 조 군수와 조 교수는 6.25전야에 심적 부담을 갖고 있는 연평도에서 풍어와 통일을 기원하는 콘서트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했다. 당시 출연진과 스태프가 장비와 함께 입도하는 데 이틀 이상 소요되는 백령도는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운 장소로 꼽힌다.
특히 백령도는 쌀쌀한 날씨와 빠른 일몰, 태풍예고 등으로 많은 행사 개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섬을 떠난 이튿날 높은 파고로 백령도의 입출입이 통제되어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