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한용덕(54) 감독이 파격 구상을 밝혔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선수들의 가족 초청을 허용했다. ‘패밀리 데이’라는 명칭 아래 메이저리그처럼 선수 가족이 캠프를 방문해 가장 또는 아빠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KBO리그 최초다.
한 감독은 24일 충남 서산의 2군 훈련장을 찾아 신인 및 육성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뒤 취재진을 만났다. 자연스레 새 시즌 구상이 화두가 됐다. 한 감독은 “지난해 처음 감독이 되고나서 ‘도전’을 얘기했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 젊은 투수들이 더 성장해야 하고, 포지션별로 경쟁체제를 통해 팀 전체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감독의 얘기는 이내 31일 출발하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옮겨갔다. 캠프 운용 계획을 밝히던 그는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과거 메이저리그 연수 때부터 품어왔던 생각인데, 올해 캠프 동안 특정기간을 정해 선수들이 가족을 초청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2월 16일부터 열흘 정도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단장님, 사장님과 대화하며 건의했고, 받아들여주셨다”고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2인 이상의 가족이 방문한 선수는 아예 선수단 지정 호텔을 벗어나 외부에서 가족과 함께 기거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출·퇴근 형태로 선수단 훈련에 참여하면 된다.
한 감독은 “보통 캠프에선 오후 3시면 훈련이 끝난다. 다음날 훈련까지 남는 시간을 온전히 휴식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더러 있다. 가족이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휴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실시해보고 싶었는데, 초짜 감독이 괜한 짓을 한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어 포기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캠프에서 감독인 나는 물론 코치와 선수들에게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패밀리 데이’를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잘 인식하고 있다. 한 감독은 “올해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런 시도에 대해서도 비난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선수들의 경우 가족이 몰래 캠프를 다녀가곤 했다”며 “이제는 우리의 캠프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용기 있고 신선한 발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일 때문에 가족을 등한시하는 세상이 아니다.
일과 생활의 조화로운 균형, ‘워라벨’이 강조되는 세태에 비춰보면 프로야구도 더 이상 일과 가족을 별개로 구분할 수 없게 됐다. KBO 실행위원회(10개 구단 단장회의) 역시 최근 올해부터 5일간의 ‘경조휴가’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한 감독의 ‘패밀리 데이’ 발상이 벌써부터 선수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