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의 파운더스컵 우승은 어떻게 확정됐나

입력 2019-03-25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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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은 역대로 좋은 스코어가 나온 대회다. 지난 3년간 우승자의 최종 성적이 무시무시했다. 김세영(26·미래에셋)은 2016년 최종라운드에서 무려 10타를 줄이면서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 기록(27언더파)을 세웠다. 2년 전에는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2·스웨덴)가 김세영의 기록 행진과 비슷하게 갔다. 18번 홀에서 2번째 샷이 벙커로 가는 바람에 보기를 기록하고 25언더파로 물러선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해에는 박인비(31·KB금융그룹)가 19언더파로 우승했다.

25일(한국시간) 끝난 올해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조의 류위(24·중국·19언더파)와 카를로타 시간다(29·스페인·18언더파)가 3,4위와 3타 이상 앞선 가운데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둘은 전반을 각각 2타와 3타씩 줄이며 선방했지만, 앞 조의 선수들이 무지막지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20언더파 이하를 치고도 우승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시간다가 파5 11번 홀에서 보기를 하며 제동이 걸렸다. 파3 14번 홀 버디로 희망을 이어갔지만 파5 15번 홀에서 투온을 노린 샷이 그린 왼쪽 깊은 벙커에 빠지면서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후반 2개의 롱홀에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한 시간다는 이후 평소의 루틴이 아니었다. 너무 느렸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몇 차례 반복해서 어드레스를 푸느라 경기시간이 지체됐다.

류위도 15번 홀에서 3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났다. 경사를 타고 배수구 부근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버디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퍼터로 공략한 4번째 샷이 홀로 들어가면서 22언더파로 고진영과 공동선두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류위를 선두권에서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퍼트였다. 27~26~23개의 퍼트만으로 1~3라운드를 마쳤다. 코다 자매가 21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고진영은 연장전을 대비해 연습그린에서 몸을 풀었다.

4라운드에서 가장 어렵다는 420야드 거리의 18번 홀. 류위의 2번째 샷이 짧았다. 캐디가 “더 가라”고 외쳤지만 공은 그린을 벗어났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파로 홀 아웃 한 뒤 고진영과 연장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류위는 그런 꿈을 꾸고 어프로치 샷을 했지만 임팩트가 강했다. 그린 주변에서는 부드럽게 치라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듣지만 긴장한 프로 선수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공은 류위의 걸음으로 홀과 다섯 발자국 떨어진 곳에 멈췄다. 내리막 퍼트. 아직 우승경험이 없고 이번 퍼트를 집어넣어야 연장전에 간다는 생각이 변수였다. 많은 부담을 담은 류위의 파 퍼트는 홀 오른쪽을 살짝 스쳐갔다. 이 순간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됐다. 4라운드에서 2타 밖에 줄이지 못하며 21언더파로 공동 2위에 그친 류위는 이날 32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역시 골프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머니’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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