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정준형) 주변에 보면 자신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분들의 창법이라든지 노래 스타일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롤모델의 카피는 꼭 필요한 부분인가요?”
“(최재림) 카피는 필요한 작업이기는 해요. 아직 준형 군은 자신의 목소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니까. 어떤 노래에 어울리는지,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기잖아요? 롤모델뿐 아니라 가능한 모델을 다 카피해 보는 것도 필요하죠. 나도 성악할 때 파바로티 많이 듣고 카레라스, 도밍고, 카루소 … 이런 대가들의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성악과 학생들도 다 그렇게 합니다. 이런 분들을 카피하는 이유는 그만큼 대가는 잘못된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호흡, 입안 공간, 발음 같은 걸 자신도 모르게 습득할 수 있거든요. 나와 맞을 때는 엄청난 효과를 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나와) 맞지 않는데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카피만 한다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데 돌아간다든지, 심지어 목소리를 망친다든지. 잘못 습득하면 위험성도 있어요.”
“(최) 카피할 때는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카피해야 합니다. 스타일을 카피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 아니에요. 나를 예로 든다면, 강점이 뻗는 소리거든요. 잘 뻗어요.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가 나를 카피한다면 ‘최재림이란 배우는 뻗는 소리를 내기 위해 뭘 할까’. 그걸 생각해야 돼. ‘내 목소리는 왜 안 뻗지?’ ‘더 힘줘야 하나?’. 색깔 같은 걸 무조건 따라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얘는 어떻게 할까. 이게 중요한 거죠. 그렇게 많은, 좋은 노래들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귀가 열려요. 지금 이 사람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가 들리는 거죠. ‘잘 한다’가 아니라. 카피는 그 방법을 적용시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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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좀 더 깊은, 전문적인 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 기본적인 노래 발성으로 들어가면 이래요. 노래를 하기 위해 이 호흡이 나에게 얼마나 편안한가. 이 편안이란 단어 자체가 의자에 평안히 아니라(최재림은 이 부분에서 의자에 축 늘어진 모습을 해 보였다) 노래하기 위해 충분한 호흡과 압력이 있는데, 이게 불편할 정도로 많고 강하게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는 거죠. 노래를 위한 게 아니라 ‘호흡은 이렇게 해야 하다’는 어떤 정의를 만들려고 호흡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거울을 보면서 ‘아에이오우’ 모음연습을 할 때 나는 다 (입을) 벌렸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벌리고 있는지 외관적으로 일단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벌렸다면 입 안쪽의 공간은 잘 되어 있는지. 혀는 잘 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체크해보는 거죠.”
“(정) 그래서 저도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최) 거울 보면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노래를 부를 때 소리는 들리지만 내 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잖아요. 거울을 통해 내가 내 몸의 기관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많은 학생들이 입을 잘 못 벌립니다. 자기는 다 벌린 줄 아는데 사실은 굉장히 안 벌려요. 그것만 바뀌어도 많은 게 해결이 되거든요. 혀, 연구개 … 보이지 않는 기관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기도, 횡경막은 못 보잖아요(웃음). 그 기관들을 어떻게 움직이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까를 느낌으로 확실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최) 사실 이 부분에 다다르면 좀 모호해져요. 개인적인 느낌도 다 달라서. 연습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죠. 내가 노래하고 연습을 하면서, 그나마 제일 쉽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자면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였어요. 연구개를 예로 든다면 … 느낌은 들린 느낌이 났다? 그런데 강제로 들은 거냐, 아니면 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순리대로 들린 거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로 들린 느낌은 있지만 하나도 안 들린 경우가 많거든요. 입안의 경우에는 거울로 좀 보면 되니까. 그런 걸 찾아내는 거죠.”
“(정) 최재림 배우님께서는 원래 바리톤이셨다가 테너로 전향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음폭이 넓으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최) 감사하게도 음역대가 넓게 태어났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 바리톤으로 시작한 이유는 처음 사사한 선생님이 바리톤이셨고, 보이스 테스트할 때 ‘바리톤으로 공부를 해보자’하셨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대학에서는 테너 선생님한테 가게 됐어요. 테너 선생님 밑에서 바리톤 공부를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음 … 아무리 봐도 색깔이 테너 같아. 테너를 해보자’ 하셔서 전향을 하게 된 거죠(웃음). 그러다보니 ‘테너가 좀 더 맞구나’, ‘편하게 낼 수 있구나’하는 걸 발견하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는 바리톤 때 풍성한 소리를 내기 위해 배운 거랑, 테너로서 고음을 편히 내기 위한 훈련, 공부가 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레인지가 넓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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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음역대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고음이라든지.”
“(최) 억지로 내지 않는 이상 고음이든 저음이든 가장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음역대를 자신의 기본적인 음역대라고 정해놓고 거기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확장을 해볼 뿐이죠. 개인차의 한계는 있겠지만. 무조건 고음을 내고 싶다고 고음에만 매달린다든지 그 반대의 경우도 바보 같은 짓입니다. 가장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음역대를 찾아서 연습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그게 나이마다 달라요. 지금은 고음이 엄청 잘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거든요. 나이가 들면 반대로 될 수도 있어요. 어느 순간 고음이 잘 나는 거죠. 또 잘 나던 고음 저음이 어느 순간 잘 안 날 수도 있어요. 내 나이, 몸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어떤 훈련과정을 밟아왔는가. 변수가 많아요. 매년 자기 테스트를 해보는 게 필요하죠.”
“(정) 지금의 제 목소리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네요?”
“(최) 그럼요. 발성연습을 할 때 고음만 너무 연습하지 말고, 또 저음만 너무 연습하지 말고. 제일 중요한 건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목소리를 제일 잘 내는 걸 연습해야 합니다. 고음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당연히 성대에 힘이 들어가고 몸에, 턱에, 혀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뚫리지 않는 이상. 문제는 소리가 안 난다고 해서 계속 하면 몸이 거기에 적응을 해버려요. 특정 음만 올라가면 그 방법으로 (소리를) 내게 되어 있는 거죠. 혼자 연습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안 나면 그냥 안 내면 돼. 대신 근접한 음들을 얼마나 편안하게 낼 것인가를 생각해 봐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편안함이 아니라 다 하는데 편안함.”
“(최) 그 선에서 ‘여기까진 편안하게 자신있게 낼 수 있을 거 같아’ 싶으면 거기서 반음. 한번 가보는 거죠. 똑같이 해서 반음을 더 낼 수 있는지. 그런데 났어? 그럼 반음 더. 그 편안한 상태로 어디까지 낼 수 있나. 그 지점을 조금씩 넓혀 보는 겁니다. 당연히 걸리는 부분이 나오겠지. 그럼 ‘아, 지금은 여기까지구나’, 혹은 ‘아, 똑같이 냈는데 왜 안 됐지?’ ‘갑자기 몸이 확 바뀌지?’ 이런 걸 생각해 보는 거죠. ‘힘이 부족한가?’ ‘호흡이 부족한가?’ 혹은 ‘내가 2 옥타브 솔을 내는 거와 라를 내는 거랑 너무 솔을 내는 입으로 했나?’ 이러한 궁금증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적용시켜 보는 겁니다.”
(기사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