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동아닷컴DB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리는 시애틀의 한국인 유망주 최지만(23·시애틀)에게 뜻밖의 암초가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실시한 금지약물 복용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이다.
최지만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난 동아닷컴 취재진에게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뒤 “정말 억울하고 속상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최지만은 “평소 영양제를 먹고 있을 뿐이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지만은 미국 진출 첫 해였던 2010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뒤 마이너리그 단 3시즌만인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을 만큼 기량이 급성장 했다.
최지만의 마이너리그 3년 통산 성적은 타율 0.309 28홈런 158타점. 이 때문에 미국 현지언론은 물론 시애틀 구단 내에서도 올 시즌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시애틀 산하 트리플 A팀 타코마 레이니어스에서 시즌을 맞이한 최지만은 14일(한국시간) 현재 타율 0.450(20타수 9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하며 차근차근 빅리그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상황. 그러나 ‘금지약물 양성반응’이란 예상치 못한 날벼락을 맞았다.
최지만은 현재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를 통해 소변 재검사를 요청하고 지금까지 복용했거나 복용 중인 영양제의 성분 검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
최지만이 복용한 약 등에서 소변검사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성분이 나올 경우 의도적인 금지약물 복용이 아니기에 면책을 요구, 항소할 수 있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미국 현지에서 최지만을 만나 이와 관련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최지만과의 일문일답.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언제 알았나?
“시즌 개막 직전 에이전트를 통해 들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뉴욕에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변호사와 전화로 3자 통화를 하면서 실제상황인 줄 알게 됐다.”
최지만. 동아닷컴DB
“그 것은 내가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메이저리그 선수 신분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선수 신분이었다면 바로 언론에 발표되고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 신분일 경우 선수협회를 통해 소명기회를 가질 수 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징계와 관련된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이번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겠다.
“그렇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 변호사 그리고 내 에이전트만 안다.”
-상심이 클 것 같다.
“(한숨을 쉬며)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내가 실제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걸렸다면 적어도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간혹 언론을 통해 자신의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했을 때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억울하다.”
-금지약물 검사에서 나온 성분은 무엇이며 검출된 양은 얼마나 되는가?
“소변검사를 통해 발견된 금지약물은 ‘Methandienone’이라는 것으로 일종의 스테로이드 성분이라고 들었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수석 변호사가 나를 찾아와 만났는데 극히 소량이 검출됐다고 들었다.”
-극히 소량이 검출돼도 징계를 받는가?
“그렇다. 선수협회 변호사의 말로는 ‘현행 법규 하에서는 검출된 약물의 양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징계를 받는다’고 한다.”
-앞서 소명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했는데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현재 선수협회를 통해 소변 재검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내가 복용했거나 복용 중인 영양제 등을 모두 수거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정한 연구소에 보내 성분검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선수협회 변호사 말에 의하면 내가 복용한 약 등에서 소변검사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성분이 나오면 의도적인 금지약물 복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면책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항소해도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들었다. 그렇게 되면 첫 약물복용 혐의가 적용돼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다.
실제로 과거에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연고 등을 발랐다가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선수가 있다고 한다. 이들도 항소를 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아 억울하게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최지만. 동아닷컴DB
“떳떳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껏 나를 믿고 응원해준 지인과 팬들 때문이다. 그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최지만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내 자신도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 하지만 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이기 때문에 팬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라운드에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만큼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경기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가면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억울하고 괴롭다. 다수의 사람들은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본다. 만약 징계결정이 내려지면 내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것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지난 2011년 허리부상을 당해 1년 내내 재활에 전념할 때도 정말 힘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에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홀로 있는 숙소에서 가위에도 눌려보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비하면 그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억울하고 더 힘들다.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승격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말이다.
오랜 시간 야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50경기 출장정지를 받아도 된다. 2011년 부상으로 1년 동안 재활에만 매달린 적도 있지 않았나. 하지만 내 야구 인생에 ‘약물’이라는 오점이 남는다는 것이 너무 괴롭고 억울하다. (최지만은 이 대목에서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 팬들이 놀랄 것 같다.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 같은 경우는 미국 진출 후 매년 무작위로 실시하는 도핑검사 대상에 뽑혔다. 특히 작년에는 무려 5번이나 검사를 했다.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도핑검사 대상에 자주 뽑히는데 금지약물을 복용하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나보다 팬들이 받을 충격과 놀라움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현재 밟고 있는 항소절차를 통해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과 지인들 만큼은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