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은 “서예지 논란, ‘이브’ 결정 영향無…이런 감정 처음” (종합) [DA:인터뷰]

입력 2022-08-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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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의문투성이 작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확신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하는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품을 참여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작품 서사가 일반적인 시각과 사고에서 벗어날지라도 그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참여자 위치, 상황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를 참여한 박병은도 마찬가지다. 작품 외적으로 구설이 많았지만, 박병은에게 ‘이브’는 배우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8월 처음 대본을 읽고 올해 6월 촬영을 마쳤으니 10개월 정도를 강윤겸에 빠져 살았어요.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쉬지 않고 했는데, 이렇게 한 작품만을 위해서 1년 가까이 집중한 것은 처음이에요. 복합적인 감정과 상황에 몰입했던 것도 처음이고요. 보통 촬영할 때 몰입했으면 촬영이 마무리될 때쯤에는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감정이 남아 있더라고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이브’ 종영 후 유선 씨와 문자도 주고받았어요. 유선 씨도 아직 한소라라는 인물을 떠나보내지 못했더라고요. 배우 생활을 24~25년 했는데 이렇게 기억에 남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1회부터 마지막 회(16회)까지 많이 몰입하고 집중했던 작품입니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이다. 극 중 박병은이 분한 강윤겸은 재계 1위 LY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 철저한 자기관리로 단 한 번의 스캔들 없이 가정과 일에만 충실해온 남자다. 하지만 이라엘(서예지 분)을 만난 후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재벌가 서자(혼외자)로 내면의 아픔을 품고 산다. 언뜻 여러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 설정이다. 하지만 박병은 시작은 달랐다. 강윤겸 서사와 감정이 특별했다고.

“강윤겸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져요. 실제 저라면 못할 것 같은데, 강윤겸은 그렇지 않아요. 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은 로망, 갈망이 있잖아요. 끝까지 가보는 사랑을 해보고 싶은 감정이요. ‘이브’를 택한 이유도 이런 인물 감정 때문이에요. 대본을 봤을 때 강윤겸에게 연민하게 됐어요. 전 제게 캐릭터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면 연민하는 편이에요. 강윤겸에게는 그런 모습이 있었어요. 배우는 자신과 다른 인물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요. 그렇기에 캐릭터 감정을 얼마나 느끼느냐가 중요하죠. 집중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요. 캐릭터를 연민하고 안 하고는 시작부터 달라요. 진하게 연민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캐릭터는 그 깊이 달라지죠. 제가 강윤겸에게 느낀 연민은 외로움입니다. 촬영할 때에는 즐겁고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지만, 촬영장을 벗어나는 순간 공허해져요. 그래서 혼자 낚시를 즐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제가 느낀 외로움이 강윤겸이 느끼는 외로움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강윤겸을 연민하고 애틋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작품 속 강윤겸은 이라엘 복수 계획을 알면서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국에는 죽음을 맞는다. 이를 두고 ‘가스라이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병은 역시 바보 같다면서도 마음을 준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다.

“강윤겸이 이라엘을 여러 차례 의심하는 장면이 나와요. 분명 이라엘 정체를 알고자 했다면 알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여러 차례 그냥 넘어가요. 아니길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같은 감정이요. 후반부에는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면서 분노하고 몸싸움까지 해요. 그러면서도 이라엘을 놓지 못하죠. 이 단계까지 가려고 바보처럼 ‘호구’처럼 모른 척 넘어간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으로 마음을 준 상대가 이라엘이니까요. 그녀가 떠날까 두려웠던 거죠.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이라엘 곁에서 그녀에게 마음을 줬던 것 같아요.”

박병은은 캐릭터 때문에 작품을 택했다. 하지만 ‘이브’는 서예지 복귀작이다. 서예지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대중 반응은 싸늘했고, 이를 박병은도 모를 리 없다.

“저보다 서예지 씨가 먼저 캐스팅됐어요. 다만, 촬영 현장에 가면 서예지 씨를 향한 부분은 보이지 않아요. 당장 우리가 캐릭터에 집중하고 촬영해야 하는 부분만 보여요. 이게 저에게는 가장 큰 문제죠. 제가 작품 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의식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브’를 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 택했어요. 다행히 서예지 씨와 호흡은 좋았어요. 대본이 벌집 될 정도 많이 준비해오더라고요. 인물에 빠져 있는 듯했어요. 감정을 나누는 장면도 합이 좋았고요. 사실 합은 유선 씨가 최고예요. 너무 감사한 연기 파트너가 아닐까 싶어요. 감정도 감정인데, 연기 합이 엄청나요. 모든 연기에 진심이에요. 목소리나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자신 촬영처럼 열심히 해요. 진심을 다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요. 피곤하고 지칠 법도 한데 촬영이 시작되면 최선을 다해주니 허투루 연기할 수 없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제가 다른 배우에게 유선 씨처럼 해준다면 그 배우 연기에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좋은 배우를 만나고 알게 되어 기쁩니다.”



‘이브’는 서예지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이 구설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작품 초반 자주 등장한 정사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는 부분이다.

“정사 장면이 있다는 것은 캐스팅 당시 대본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거부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감독님에게 감사해요. 베드신이 있는 여배우를 위해 콘티를 정확하게 그려와 사전에 많은 소통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우왕좌왕하고 민망한 상황은 없었어요. 콘티에 맞춰 정확하게 필요한 촬영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배려해주신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해요.”

작품 성패를 떠나 박병은은 ‘이브’를 통해 ‘중년 섹시남’으로 불린다. 40대 중반 이상 아주머니들에게 워너비로 통한다고. 박병은도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면서도 부끄러워한다.

“어머니가 문화센터를 가면 아주머니들이 제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제가 좋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기분이 좋아요. 누군가 절 좋아해주면 기분 좋잖아요. 사인 요청을 하는 어르신들도 계세요. 신기하고 감사해요. 다만 휘둘리지 않으려고요. 제가 ‘중년의 섹시 아이콘’을 밀고 나갈 것도 아니고요. (웃음) 사실 노출 장면이 있다 보니 몸을 만들어 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어요. 지난해 10월부터 PT를 오전, 오후 하루 2회를 끊었는데, 오히려 건강이 나빠졌어요. 아직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안 쓰던 근육을 쓰고 들어 올려 본적 없는 무게를 들어 올리니 몸이 놀란 것 같아요. (웃음) 체지방률도 22%에서 15%까지 뺐어요. 식단도 했는데, 제가 다람쥐가 된 줄 알았어요. 아몬드에, 방울토마토, 생전 처음 씹어보는 쌀까지. 힘들었어요. 지금은 다시 운동 전으로 돌아왔어요. 전 지금의 상태가 좋습니다. (웃음)”




박병은은 쉬지 않고 일하는 편이다. ‘이브’를 마치고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 중인 작품이 있어요. 편성은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이브’를 하면서 체력이 바닥났어요. 우선 건강과 컨디션을 회복하고 차기작을 통해 인사할 것 같아요. 또 다른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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