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가 갖춰야 할 모든 것 [리뷰]

입력 2022-07-28 08:2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최고의 배우들의 명연기와 영화의 규모에서 느껴지는 스펙터클과 박진감까지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게다가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시의성과 메시지가 주는 무게감까지 꾹꾹 눌러 담은 영화, ‘비상선언’이 흥행을 위해 이륙한다.

지난 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이끌었던 영화 ‘비상선언’이 감염증 여파로 개봉일을 미루고 미룬 끝에 8월 3일 개봉을 확정하고 2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더 킹’, ‘관상’을 만든 흥행 연출자인 한재림 감독의 신작인 이번 영화는 한국영화 최초의 항공 재난물로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외에서 공수한 실제 비행기를 바탕으로 만든 세트와 뛰어난 기술력을 총동원해 원성한 모든 항공 스퀀스는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마치 비행기에 올라타 있는 듯한 사실감을 전해준다.

○서늘한 사실감


영화는 10년 전부터 기획해온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상황을 오롯이 대변하며 뜨거운 공감을 자아낸다. 하이재킹(비행기 납치), 혹은 총기나 흉기를 사용하는 테러를 담는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항공 재난물과 달리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무기로 한 테러를 그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나도 모르게 마스크 끈을 조이게 만든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나만 살고자 다른 사람의 등을 떠미는 개인 이기주의는 물론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의 집단을 사지로 내모는 집단 이기주의의 모습까지 담아내며 지금 우리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진짜 끔찍한 재난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계속 곱씹게 되는 이유다.

○캐릭터의 균형감

영화는 예기치 못한 테러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승객(이병헌), 테러 피해자들의 가족(송강호), 테러를 수습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 인사(전도연), 절제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소임을 다해 승객을 구하려는 비행기 크루들(김남길, 김소진) 등 같은 재난이지만 서로 다른 상황과 입장에 놓은 캐릭터들을 균형감 있게 담아낸다. 희망을 갖기도 했다가 좌절하기도 하도 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들의 모습이 재난의 사실감을 더해준다.



이런 균형감은 이름만 들어도 신뢰와 믿음을 주는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에 완성됐다. 특히 이병헌과 송강호는 각각 비행기 안과 밖의 상황을 대변하는 인물이지만 ‘가족애’와 ‘직업적 책임감’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공유하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임시완’이라는 신의 한 수


화려한 배우진들 사이에서 가장 돋보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는 단연 임시완이다. 뚜렷한 목표나 이념 없이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사상 최악의 생화학 테러를 일으키는 테러리스트를 연기한 그는 그동안 보여줬던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를 제대로 깨부쉈다.

여느 영화 속 테러리스트처럼 압도적인 몸집과 험상궂은 인상도 없지만 그의 공허한 눈빛과 불길하고 기쁜 나쁜 미소는 그 어떤 빌런 보다 섬뜩하고 심지어 기괴하기 까지 하다. 시작부터 빌런임을 숨기지 않는 임시완은 영화의 초반 집중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단연코 이번 영화의 ‘신의 한 수’이자 ‘히든카드’라 불릴 만 하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