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허경희.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는 지난해 9월 여성 스타들의 축구 경쟁을 그리는 프로그램에서 모델 팀인 FC 구척장신의 멤버로 합류했다. 지난달까지 진행된 제2회 슈퍼리그에서는 날카로운 슈팅을 앞세워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았다.
이 과정에서 신기록도 줄줄이 썼다. 데뷔전에 나선 지 1분 만에 골을 넣으면서 최단 시간 데뷔전 득점한 선수가 됐고, 통산 5경기 6득점 1도움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덕분에 허경희는 세 편의 시즌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실력을 끌어올린 출연자로 꼽힌다. 15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올스타전에서는 슈퍼리그 팀 멤버로도 활약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전에 육상, 럭비 선수로 활약한 경력을 살려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주장 이현이를 비롯한 팀 언니들을 웃게 만들 수 있어 행복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Q. 축구에 빠진 일상을 소개해 달라.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과천 연습장에서 훈련을 해요.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축구 연습을 다녀온 오후에는 주로 치료를 받죠.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때의 일상과 다름없어요. 저를 비롯해서 모든 출연자가 반(半) 선수 생활을 하고 있죠. 이 정도로 모두가 진심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Q. 새 시즌의 주역이 됐다.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처음에는 단순히 한 골이라도 넣어서 언니들을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시합에서 져서 우는 팀원들의 모습을 이전 방송으로 봐왔거든요. 그런데 오범석 감독님이나 이현이 언니의 넘치는 승부욕을 따라가기 힘든 거 있죠. 덕분에 저도 숨겨진 승부욕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동료인 차서린 언니나 막내 진정선이 유약한 저를 토닥이는 역할을 해주고 있죠. 모두 고마워요.”
모델 허경희.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Q. ‘허미네이터’라는 별명도 생겼다.
“주변의 기대 때문에 더 체력을 키우면서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정작 시합에서 뛸 때는 제가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결승전에서 터닝슛으로 골을 넣고 세레모니까지 한 걸 방송을 보고서야 알 정도예요. ‘득점왕’을 했다는 것도 결승전을 마친 후에 제작진이 ‘득점왕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알았어요. 당연히 기분 좋았죠. 말해 뭐해요.”
Q. FC 액셔니스타 멤버인 이혜정과 신경전을 벌인 장면이 화제다.
“시합 중에 혜정 언니와 골대 앞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언니가 ‘왜 미냐고!’라고 소리를 쳤어요. 속으로는 ‘멘탈 바사삭’ 했죠. 물론 나중에 혜정 언니가 먼저 멋있게 사과를 해주셨습니다.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열기가 고취되면 카메라고 뭐고 하나도 안 보일 만큼 모두가 승부에 진심이 돼요. 프로그램이 이렇게나 ‘리얼’이라는 사실을 출연하고 나서야 알게 됐죠.”
Q. 육상과 럭비를 한 경험이 도움이 됐나.
“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서울체고를 거쳐 한국체대 1학년 때까지 육상을 했어요. 그러다 부상으로 그만뒀고, 2014년 뒤늦게 4개월간 럭비를 배워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럭비 대표팀에 발탁됐어요. 생판 몰랐던 럭비를 규칙부터 배웠던 것처럼 축구를 익혔죠. 주변에도 만약 육상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축구를 금방 배우지는 못했을 거라고 말해요. 단체 종목으로서 팀워크의 중요성, 구기 종목의 기본기 등을 알았기 때문에 금방 성장할 수 있었어요.”
Q. 이력이 독특한데.
“육상을 그만둔 후에 진로를 고민하다 모델 지망생이 됐어요. 때마침 2012년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3에 출연하면서 시작점을 찍었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 때문에 인생이 확 바뀌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잠시 꿈을 접고 초등학교 강사부터 피트니스 트레이너, 호텔 보안요원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 2014년에 럭비 국가대표 모집 공고를 보고 도전했죠. 그해에는 부상 때문에 시합에 나서지는 못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았어요.”
모델 허경희.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Q. 여러 경험을 거쳐 마침내 ‘골때녀’까지 왔는데 어떤가.
“여기까지 온 게 정말 신기해요. 선수나 모델 생활이 전부 순탄치 않았는데 그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이런 기회도 오네요. 제작진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가 떠올라요. 미팅을 가기 전에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큰마음 먹고 10만 원 대의 새로 나온 축구화를 샀어요. 출연을 못하게 되면 온라인 중고매장에 팔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 축구화를 신고 팀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흰색 축구화가 새카매졌답니다.”
Q.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팀원들과 즐겁게 축구하는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시즌3 때에는 너무 이기려고만 했어요. 이번에는 모든 출연자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운동하려고요. 물론 실력도 더 갈고 닦을 겁니다. 한 번 감 잡았으니까, 제대로 보여줘야죠. 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