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랑하는아들지성아…엄마의편지

입력 2007-12-26 08:42:26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랑하는 아들 지성아. 오늘 아침 네가 아빠랑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들이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 드디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성아, 엄마는 네가 이달에 복귀하든, 다음 달에 복귀하든 크게 상관하지 않아. 그저 우리 아들이 몸 건강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시작하는 걸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복귀전이 조금 늦어진다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엄마는 가슴이 아팠다. 네가 걱정할까봐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네가 고통스러운 재활훈련을 묵묵히 소화하는 걸 보며 차라리 내가 대신 해주면 안될까 하고 속으로 울었다. 아빠랑 내가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걱정 많이 했다. 엄마 없다고 밥은 거르고 다니지는 않는지, 아픈건 아닌지…. 물론 네가 매일 연락했지만 엄마는 걱정 많이 했어. 엄마들 마음이 다 그래. 아들이 아무리 다 큰 어른이 돼도 늘 걱정되고 염려되는 게 엄마들 마음이야. 오늘 보니 지난달 맨체스터로 돌아올 때 싸온 보약을 거의 먹었더구나. 예전보다 더 힘이 나는 것 같은 네 모습에 엄마는 기쁘다. 이제 경기를 뛰기 시작할테니 고기 반찬도 더 해주고 특별히 음식 조절도 잘 해서 더 힘을 낼 수 있게 해야겠어. 그거 아니? 엄마가 가장 행복할 때가 네가 늘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라는 거. 요즘 엄마는 바람이 하나 있다. 시간이 없어서 결혼을 위한 만남을 전혀 갖지 못하는 네가 하루 빨리 좋은 여자를 만나 가정을 차리는 거란다. 솔직히 다 큰 아들이 여자도 못 만나고 맨날 힘든 운동만 하는 걸 볼 때마다 참 속이 상한다. 주위에서는 우리 아들이 예정보다 빨리 복귀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구나.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어.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축구라고 말하던 네 열정이 복귀시기를 당겼다는 걸 말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까지 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아들아. 맨체스터 집에서 엄마가. *이 편지는 스포츠칸의 연말기획 ‘겨울편지’로, 런던에 있는 박주광 객원기자가 박지성의 어머니 장명자씨에게 부탁해 받은 편지입니다.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스탠드